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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선구제 후회수' 급물살에 "재정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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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물건의 공정한 가치 평가와 소요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며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 안정에 관한 특별법(특별법)' 개정안 통과에 난색을 보였다. 특히 재정 투입 규모가 수조 원대에 이를 수 있어 추가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김명수 국토연구원 연구부원장(왼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출처=연합뉴스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에 대한 토론회에서 김명수 국토연구원 연구부원장(왼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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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원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단 피해지원총괄과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전세사기피해지원의 성과 및 과제 토론회'에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전세사기 특별법 효력이 끝나는 내년 5월까지 피해자 수는 3만6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1인당 평균 전세보증금이 1억4000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5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등으로 인정한 1만5000여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이 과장은 "단순 보증금을 모두 더한 수치로 공정한 가치 평가(보증금 반환채권 감정평가액)는 아니다. 가정에 가정을 거듭해 추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구제 후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공공기관이 보증금 반환채권을 우선 사들여 보증금 일부를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매각(경·공매 등)해 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선구제 후회수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사인 간 계약에서 발생한 손실을 구제한 전례가 없다며 선을 그어 왔다.


현재 선구제 후회수 내용을 담은 특별법 개정안은 지난 2월 야당 단독 의결로 본회의에 직회부돼 있다. 이후 4·10 총선에서 야당이 압승하면서 개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개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보증금 반환채권의 공공 매입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채권 매입기관은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채권 매입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최우선 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으로 설정했다. 적어도 최우선 변제금만큼은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해 국토연은 개정안의 피해자 구제 조항이 모호하고, 채권 매입가격에 따라 정부의 재정 순지출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우선 변제금 이상을 들여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채권을 사들였으나, 해당 물건의 가치 평가액이 지나치게 낮으면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세보증금이 1억원인 서울 주택의 경우 선순위 채권 등이 있다면 보증금 반환채권 가치 평가액은 2000만원 수준이 될 수 있다. 서울 지역 최우선 변제금(보증금 1억6500만원 이하 소액임차인일 경우 5500만원)에 따라 3500만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선구제 후순위에 필요한 재정 규모 산출 값에서 정부와 시민단체는 차이를 보인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는 선구제 후회수에 필요한 예산이 4875억원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해 8~9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피해자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다. 피해자 수 2만5000명, 후순위 임차인이지만 최우선 변제 대상이 아니어서 보증금 회수가 불가능한 피해자 비율 50%, 평균 피해 보증금은 1억3000만원으로 가정했다. 피해자 수를 3만명까지 늘려 잡으면 최대 5850억원이 소요된다고 봤다.


그러나 정부는 선구제 후회수에 필요한 재정이 수조 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개정안은 최우선 변제금도 못 받는 후순위 임차인뿐 아니라 모든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채권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 구제를 후순위 임차인으로 한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평균 보증금을 1억3000만원으로 잡고, 피해자를 3만명, 보증금의 30%를 선구제액으로 잡으면 1조1700억원이 소요된다.


윤성진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피해자 유형만 해도 보증금 전액을 손실 본 피해자, 손실 규모가 큰 피해자, 작은 피해자 등 천차만별"이라면서 "피해자 규모, 특별법 적용 기간 등에 따라 피해자의 채권 가치 추정과 회수율 전망에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이 선구제 후회수 대상을 '전세사기 피해자'로 명시하고 있어 신탁 사기, 무권 계약 피해자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는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김규철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선구제 후회수와 같은 대안이 다각도로 검토되는 것은 좋지만, 실제 실행 가능한 수단이 될 것인지는 충분히 논의하고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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