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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달러 투기심리 잡는다'…구두개입 다음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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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잡아라'…구두개입 강도 높이는 외환당국
단기 효과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환율 불가피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52포인트(0.36%) 오른 619.15로,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49p(0.78%) 상승한 839.3으로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5원 내린 1,390.0원으로 출발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1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코스닥 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52포인트(0.36%) 오른 619.15로,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49p(0.78%) 상승한 839.3으로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4.5원 내린 1,390.0원으로 출발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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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위기감 고조로 강달러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면서 외환당국이 구두개입 수위를 높이며 환율 방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발 빠르게 미세조정에 나선 흔적도 관측됐다. 외환당국의 조치로 당장은 환율 급등세가 진정됐지만, 강달러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장기전’이 되면 환율 방어 부담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과 함께 외환시장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일 재무장관이 함께 외환시장 구두개입을 한 것은 처음으로, 한국과 일본 모두 강달러에 대한 경계심이 그만큼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두개입 강도 높여 환율 방어하는 외환당국

외환당국은 구두개입 강도를 점차 높여나가는 전략을 쓰고 있다. 최 부총리는 지난 15일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하며 구두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로 다음 날에는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이 “시장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하겠다”며 표현의 수위를 높였다. 그런데도 장중 1400원 선이 뚫리자 기재부와 한국은행은 국장급 담당자가 “특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1년7개월 만에 구두개입에 나섰다.


외환당국은 이 같은 구두개입이 지나친 강달러 심리를 억누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수요와 투기심리가 환율 상승을 더욱 부추기는 것을 차단할 수 있어서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세계적인 요인으로 환율이 오르면 여기에 편승해 투기하는 세력이 생길 수 있다”면서 “환율을 더 밀어 올려서 단기적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에 당국이 언제 개입할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준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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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구두개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물가가 높고 경기가 좋은 만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미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 간 확전 우려에 따라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 전쟁이 발발하는 등 리스크가 커지면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자극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더 늦어질 수 있다.

구두개입을 바라보는 외환시장 안팎의 분위기도 과거와 다르다. 예전만큼 효과가 크지 않고 단기간에만 영향을 준다는 시각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에서도 구두개입이 잘 안 먹히는 현상이 있다”면서 “환율조작국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외환당국이 대대적으로는 개입하지 못할 거라는 심리가 시장에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남발하면 효과 ↓"…구두개입·미세조정 다음 카드는?

2022년 환율이 치솟을 때도 구두개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해 8월23일 환율이 1340원대로 오르자 윤석열 대통령은 직접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의 통화 상황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환율은 잠시 하락했지만 반나절 만에 상승 전환했다. 6일 뒤에는 방기선 당시 기재부 1차관이 한 차례 구두개입성 발언을 했지만 결국 장중 1350원을 넘기며 13년여 만의 최고가를 기록했다.


외환당국도 구두개입을 두고 고심이다. 구두개입 뒤 정부가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거나 구두개입을 남용할 경우 소위 ‘약발’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본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일본 외환당국은 엔화가 추락할 때마다 강력한 구두개입에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전일 국내 외환시장에는 구두개입 뒤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왔다. 한국 외환당국이 실제로 환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 행보로 풀이된다.


2022년 당시처럼 중·장기 환율안정을 위한 제도개선 조치를 내놓을지는 미지수다. 당시 기재부와 한은은 국민연금과 100억달러 외환스와프 거래를 체결한다고 공개했다. 조선사 선물환 매도 지원과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배당금 활성화 등의 조치도 속속 발표했다. 이때 나왔던 조치들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도 환율이 치솟은 만큼 이제 구두개입과 미세조정이 사실상 유일한 방어책이라는 진단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추가적인 환율방어 수단에 대해 정부는 함구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조치는 포괄범위가 넓고 종류도 다양하다”면서도 “이를 설명하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어 공개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언급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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