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든 '낙선' 태영호, '당선' 윤건영 찾아가 축하

4·10 총선 서울 구로을서 맞붙어
尹, SNS에 "예상치 못한 손님" 게시

지난 4·10 총선에서 서울 구로을에 출마했다 고배를 마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낙선 후 꽃다발을 들고 당선자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을 찾아가 축하인사를 건네 화제다.

윤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예상치 못한 손님'이라는 제목으로 게시물을 올렸다. 그는 당일 출근길 신도림역에서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와 인사 전화를 돌리려던 참이었다. 윤 의원은 "누구에게 먼저 전화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 태 의원이 생각났다"며 "다른 무엇보다 우선 태 후보에게 위로 전화를 해야겠다고 싶었다"고 말했다.

태영호 의원이 서울 구로구을 국회의원 당선자 윤건영 의원에게 전달한 꽃다발[이미지출처=윤건영 의원 페이스북 캡처]

이어 윤 의원은 "한 차례 엇갈린 뒤 연결된 통화 끝에 태 후보가 선뜻 저희 사무실로 오겠다고 했다"며 "제가 가는 게 도리인 것 같아서 제가 먼저 가겠다 했지만, 한사코 태 후보가 '지금 가겠다'면서 찾아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와 함께 윤 의원은 태 의원이 들고 왔다는 꽃다발 사진을 공개했다. 윤 의원은 태 의원을 두고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온 예상치 못한 손님"이었다고 말하면서 "진심으로 고마웠다"고 마음을 전했다.

또 윤 의원은 "서로 여야가 싸우고 충돌하더라도, 지역 현안은 힘을 합치는 게 맞는다고 늘 생각한다"면서 "중앙 정치에서의 건강한 대립과 논쟁은 정치를 발전시키나, 지역 현안은 여야의 입장이 따로 있을 수가 없다. 그런 정치를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그는 "곧 저도 작은 선물을 들고 '손님'으로, 지역 현안을 위해 협력할 동료로 태 후보를 찾아가겠다"는 말로 글을 맺었다.

이 게시물을 본 누리꾼들은 "윤건영 태영호는 누구보다 이념적으로 정반대의 두 사람인데 정말 멋진 장면이다", "박수를 보낸다", "품격 있는 정치다", "잘했다. 배려가 필요한 세상이다" 등 응원과 격려의 댓글을 달았다.

지난 10일 치러진 서울 구로구을 국회의원 선거 개표 결과, 5만7788표를 획득한 윤 의원은 득표율 59.86%로 당선됐다. 태 후보는 3만8741표를 얻어 득표율 40.13%로 2위에 올랐다. 윤 의원은 같은 지역구 21대 국회의원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현 강남구갑 국회의원인 태 의원은 지역구를 바꿔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