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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강성' 임현택 의협, 과격투쟁으론 '의료계 대표' 명분 잃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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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신임회장, 의료계 대표적 강경론자
의대정원 축소, 복지부장관 파면 거론
사직 전공의들 애초 의협 지시 안받아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신임 회장이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맞서 되레 ‘500~1000명 감축’을 제시하면서 의료사태는 돌파구가 막히고 있다. 의협 새 지도부가 강경파로 편성되면서 의료사태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6일 42대 회장으로 당선된 임 회장은 의협 지도부 중에서 '초강성'으로 분류된다. 이날 결선 투표에서 주수호 후보를 더블 스코어 차이로 누르고 당선된 임 회장은 41대 의협 회장 선거에서도 결선 투표까지 올라갔지만 이필수 전 의협 회장에 밀려 낙선했다. 이번 당선 배경 중 하나로는 상대적으로 온건파였던 이필수 전 의협 회장에 대한 의료계의 불만이 꼽힌다. 이 전 회장의 온건 행보가 정부의 일방적 의대 증원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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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임 회장은 의협 비대위 출범 이전부터 가장 유력한 신임 회장 후보였다. 하지만 주 후보가 비대위의 언론홍보위원장을 맡으며 보인 강경한 모습이 의사들의 호평을 이끌며 분위기가 반전되기도 했다. 주 후보가 2000년 의약분업 반대 의료계 총파업시 의권쟁취투쟁위원회 대변인을 맡는 등 의정 갈등 해결 경험이 있는 점도 주효했다. 그러던 중 주 후보가 2016년 3월 일으킨 음주운전 사망사고가 알려지면서 임 회장이 다시 승기를 잡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중론이다.


신임 회장이 정해지며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온건파던 전임 회장에 대한 불만이 표심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의정 갈등 국면에서 거친 표현으로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강경파다. 이미 그는 지난 20일 정부가 대학별 의대 정원을 발표하자 성명을 내고 "의사들은 파시스트적 윤석열 정부로부터 필수의료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크게 끌어올린 바 있다. 지난달 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주재한 의료개혁 민생토론회 행사장에서는 대통령경호처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다가 퇴거불응죄로 경찰에 연행됐다.


당선 직후에는 '총파업'을 언급하며 "대통령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 등 정부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비현실적인 대화 전제 조건을 걸었다. 특히, 의대정원과 관련해선 오히려 "500~1000명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미 2000명 증원에 쐐기를 박은 정부에 맞불을 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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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임 회장의 의대 정원 축소 주장에 대해서는 "증원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감원이라는 게 너무 방향성이 다른 것 같다"고 일축했다. 복지부 내에서도 임 신임 회장의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판단한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주장에 공감할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대화 전제 조건에 '복지부 장·차관 파면'도 내걸고 있다. 정부는 비현실적이고 과격한 주장이라며 일일이 반응하지 않는 상태이다.


'임현택 의협'이 다양한 의료계를 대표하는 단일창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남는다. 강경파인 임현택 당선에도 사직 전공의들과 사직서를 제출한 교수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당초 전공의들과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에 나설 때도 의협과 사전 협의나 합의를 하지 않았다. 서울 소재 의대 교수는 "임 신임 회장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인 것 같다"며 "선거 자체에 대해서도 지지 후보가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선거 자체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공의 사직 사태에 대한 영향 역시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협 신임 지도부가 강경 투쟁을 하든 협상을 하든 전공의가 그 영향을 받고 돌아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들은 여타 의사단체의 영향권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의정 갈등 사태에서도 당시 의협 회장이 정부와 파업 철회에 합의하자 전공의들은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는 지난 24일 전의교협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과 회동하자 “사직한 건 전공의”라며 “전의교협은 전공의를 대변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임 신임 회장에 대해선 27일 “당선된 지 얼마 안 돼 아직 잘 모르겠다. 전공의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하니 향후 진행되는 것을 봐야 입장을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신임 회장이 의료계 전체를 대표하는 합리적인 입장을 세우지 않으면 국민 여론과 정부로부터 의료계 대표성을 인정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박 차관은 전날 전공의를 향해 대표단을 구성해 대화에 나와달라고 촉구했다. 의협뿐만 아니라 의료계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낼 새로운 대표단과도 대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러면서 "의료계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단일체는 아니다. 개원가도 있고, 대학병원도 있고 또 대학병원에도 교수가 있고 전공의와 같은 봉직의가 있다. 여러 그룹이 있기 때문에 이런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할 수 있도록 충분히 대표단이 구성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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