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예물로 큰 맘 먹고 샀는데"…구매대행 카페 15억 사기

샤넬, 에르메스, 롤렉스 등 고가 브랜드
명품 대신 사주겠다며 돈 받은 뒤 잠적
피해자 200여명…고소하자 폐업 신고

회원수가 40만명에 달하는 네이버 구매대행 카페에서 명품 등을 대신 구매해주겠다며 물품 대금을 받아 챙긴 뒤 물건은 보내지 않고 돈만 챙긴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 카페에서 활동 중인 여러 구매대행업자 중 한 명인 이씨가 벌인 일로, 피해자는 200여 명, 피해금액은 15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1인당 평균 피해 금액만 약 750만원인 셈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피해자 70여 명은 변호사를 선임해 이씨를 고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피해자들은 카페 측에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샤넬, 에르매스, 롤렉스 등 고가의 브랜드 중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해외에서 대신 구매해 해외 배송으로 보내주는 일을 주로 했다. 때문에 1인당 피해 금액이 최대 수천만 원에 이른다.

이씨는 "해외에도 물건이 없어 입고를 기다리고 있다", "세관에 잡혀 물건이 못 들어오고 있다" 등의 핑계를 대며 물건을 보내주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결혼 예물, 지인 선물 등을 목적으로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려던 사람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4%의 카드 수수료를 추가로 요구해 피해자 대부분은 현금으로 결제했다.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면 지급정지나 할부항변권 등을 행사할 수 있지만, 현금의 경우 구제 방법은 민사 소송뿐이다.

문제가 불거지기 직전까지도 주문을 받았던 이씨는 피해자들이 지난 20일 남양주 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자 갑자기 폐업 신고를 했다.

카페 운영진 측이 적극적인 대처를 보이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주장도 나왔다. "운영진이 (셀러에게) 패널티를 안줬기 때문에 2, 3차 피해자가 생긴점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항의하자 카페 측은 "패널티는 운영진이 알아서 할 문제"라며 "불만이라면 백화점 가서 구매하시길 바란다"고 대응했다.

뒤늦게 카페 운영진은 21일 "피해자와 합의점을 찾고자 고심 중"이라고 공지를 올렸지만 회원들은 "의미가 불분명한 입장문"이라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운영진이 책임지고 보상한다는 것인지 정확히 하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