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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미세먼지에도 "약값은 벌어야"…노인과 리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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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에도 리어카는 고물상 향해
"공기 좋고 나쁘고 상관 없이 나와야"
폐지값 ㎏당 50원…"3000원 벌어"

"미세먼지고 뭐고 많이 다녀야 해, 어떻게 하겠어"


20일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고물상 앞. 희뿌연 먼지로 안개 낀 것 같은 공기에도 노인들은 자기 몸집보다 높게 쌓은 폐지와 재활용품을 리어카를 싣고 고물상으로 향했다. 이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에는 오전 초미세먼지(PM2.5) 위기 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되고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됐다. 먼저 온 리어카 무게를 재느라 뒤에 온 노인은 고물상 문 앞에서 몇 분을 기다려야 했다. 리어카 무게를 다 잰 한 노인의 눈동자는 가져온 고물상 직원들이 분류를 위해 휙휙 던지는 쓰레기를 따라갔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고물상 앞. 한 노인이 가져온 폐지와 재활용품의 무게를 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황서율chestnut@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고물상 앞. 한 노인이 가져온 폐지와 재활용품의 무게를 재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황서율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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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노인들의 외출 자제를 권고하지만, 이들에겐 없는 말과 마찬가지였다. 폐지를 수거하는 일은 이들에게 생존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고모씨(72·여)는 "공기가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한겨울, 장마철에도 무조건 나온다"며 "따로 받는 지원금이 없고 남편이랑 둘이 사는데 둘 다 몸이 좋지 않아 약값 정도는 애들 손을 벌리지 않고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고씨는 KF94 마스크 한장을 이틀째 쓰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검은색 마스크에는 흙같은 갈색 먼지가 묻어있었다. 고씨는 "이런 마스크 한 장에 1500원 이렇게 하니까 너무 비싸다"고 했다. 오늘 고씨가 폐지로 벌어들인 돈은 5700원이었다. 구로동에서 출발해 다섯 시간을 돌아다니고 왔다는 김모씨(70)는 "집에서 혼자 살고 있고 이 일을 한 지는 5년이다"며 "먹고 살려면 미세먼지 이런 건 따지지 않고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50㎏짜리 지게 무게를 포함해 총 240㎏을 싣고 고물상에 도착했다.


폐지 가격도 작년과 비교해 많이 떨어져 미세먼지를 신경 쓸 겨를도 없다. 천모씨(84·여)는 미세먼지를 거르지도 못하는 덴탈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천씨는 "요즘 값이 많이 떨어져서 ㎏당 50원이다"며 "오늘 83㎏가 나왔는데 리어카 무게 25㎏를 빼고 계산하니까 3000원을 벌었다"고 했다. 천씨는 다니는 동안 숨을 편하게 쉬기 위해 마스크 안에 물을 적신 거즈를 덧대고 다녔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폐골판지의 전국 평균 가격은 ㎏당 77원으로 전년 동월(148원)의 반토막 수준이었다. 폐신문지 가격 역시 155원에서 139원로 낮아졌다.


고물상에 폐수거물을 비우고 온 한 노인이 빈 리어카를 이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고물상에 폐수거물을 비우고 온 한 노인이 빈 리어카를 이끌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사진=황서율 기자chest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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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상도 이런 상황이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고물상을 운영하는 강모씨(70)는 "생계 유지를 위해 다니는 노인들은 일년내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온다"며 "작년엔 ㎏당 100원 정도 했던 폐지가 50원으로 떨어져 버리니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했다. 이모씨(56) 역시 "폐지 가격도 주기가 있긴 하지만 봄이 되면 많이 나아지는데 가격이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며 "제지회사에서 폐지를 받지 않으면 압축장에서 가격을 떨어뜨려서 받고, 그게 또 고물상으로 전가되는 시스템인데 우리도 임대료를 내야 하니 노인들에게 주는 단가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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