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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맞수]39년 강철 사나이들…입사동기서 최고경쟁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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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김학동·현대제철 안동일
포스코서 한솥밥 지금은 각자 길
둘 모두 현장통 "철이 곧 내 소명"

[아시아경제 최서윤 기자]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과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은 생일이 4일 차이나는 동갑내기, 동기다. 1959년 5월 27일, 23일 태어나 1984년 포스코에 나란히 입사했다. 두 사람은 2015년 포스코 핵심인 포항제철소장과 광양제철소장을 역임했다. 2년 뒤엔 서로 자리를 맞바꿔 김 부회장이 광양제철소장을, 안 사장이 포항제철소장을 맡았다. 주변에서는 비슷한 경력을 지닌 두 사람을 라이벌이라 말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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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내 운명이구나"…위기관리 달인 김학동

'쇠 금(金) 배울 학(學) 아이 동(童)', 쇠를 배우는 아이로 태어나 평생을 쇠 만드는 데에만 매진했다. 강원 춘천고를 나와 서울대에서 금속공학과를 거쳐, 미국 카네기맬론대 대학원에서 재료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 금속공학을 배우면서 철에 매력을 느꼈다. “철이 내 운명이구나 싶었다. 그 운명이 천명이 되고 천명이 소명이 되고 인생이 됐다.” 아들과 딸 모두 포항제철중·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아내는 철강 반전문가다. 집에서 김 대표의 통화 내용을 30년 넘게 듣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직원들이 말하는 그의 취미는 ‘포스코’다. 간단히 말해 취미를 즐길 시간 따위는 없다. 김 대표가 가장 편하게 여기는 장소도 휴일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이다. 직원들에게 부담이 갈까봐 알리지 않고 몰래 간다. 밀린 일도 하고 책도 본다. 불멍도 자주 때린다. 제철소 주업무 중 하나가 용광로 쇳물 모니터링이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주말에도 긴급하게 제철소로 튀어나가야 한다. 집에서 대기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럴 바에는 아예 사무실로 출근하자던 것이 아예 습관이 됐다.


꾸준함이 비범함을 만든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사소한 것에도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위기 상황에서 그의 지론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냉천이 범람해 포항제철소를 덮쳤고 하반기 이익 1조3000억원가량이 날아갔다. '일회성 비용'이란 건조한 단어로 설명하기 힘든 참사였다.

사상 초유의 제철소 가동 중단에 김 부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장으로 달려간 것이었다. 포항제철소에 상주하다시피 지냈다. 작업복을 입고 임직원들과 물을 퍼냈다. 주말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정상화에 1년 이상 걸릴 것이란 예상을 깨고 침수 135일만에 복구작업을 마쳤다. 최근엔 비상경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원가절감과 수익성 강화,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30년 만에 부회장직을 부활시켰다. 포스코 역사상 부회장은 2명뿐이다. 초대 부회장은 1990년 3월 선임된 황경노 회장, 2대 부회장은 1992년 10월부터 재임한 정명식 회장이다. 3번째 부회장이 김 대표다. 지난해 포스코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철강 사업 자회사를 신설했을 때 첫 대표 자리는 그의 몫이었다. 계열사 대표 중 유일하게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비상무이사도 겸직한다.


제철소장 출신이지만 치열한 '경영 승부사'기도 하다. 탄소중립을 기회로 승화시켰다. 철강업은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업종이다. 발 빠르게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세웠다. 원료부터 투자, 에너지, 기술개발에 걸쳐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방법을 짜냈다. 탄소중립 전담 조직도 신설했다. 중장기 목표는 석탄 대신 수소로 철 만드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용광로 기술전문가인 김 대표가 관심이 큰 분야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수소환원제철 국제포럼’을 열어 국제 공조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그는 제철소 현장에서 “안전 이상의 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수시로 말한다. 안전에 있어선 예산에 구애받지 않도록 선(先)실행, 후(後)정산 방식을 안착시켜 ‘실행 중심’ 안전체계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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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소 설비 눈감아도 다 알아"…품질관리 달인 안동일

현대 입장에서 보면 안동일 대표는 '경쟁업체 출신'이다. 현대제철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그룹차원에서 영입했다. 충북 청주고와 부산대 생산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캐나다 맥길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슬하에 2남을 두고 있다.


안 대표는 설비 엔지니어 출신이다. '책임의식이 창의력을 낳는다'는 신념으로 30년 넘게 철강 생산 현장을 지켜왔다. 포스코 재직시절 생산 공정과 설비 관련 여러 부서를 두루 돌았다. 제철소 전체적인 설비 흐름을 꿰고 있다. 그는 철강 사업 원칙을 이렇게 요약했다. “설비가 뒷받침 되지 않으면 조업(操業)과 품질도 확보할 수 없다. 조업을 알아야 최상의 설비를 유지할 수 있다.” 쇳물을 담을 때 사용하는 용기부터 고로설비, 연속주조설비, 압연설비 등 제철소 핵심 설비들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며 이는 조업에 대한 완벽한 이해에서 출발한다는 뜻이다.


지금도 당진제철소 현장을 자주 찾는다. 최근엔 나이대가 비슷한 기장 10여명과 점심식사를 하며 현장에서 느끼는 생생한 목소리를 경청했다. 애로사항을 듣기도 하고, 안전관리에 더욱 힘써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그간의 업무 관행, 보고, 회의 등을 간소화하고 조직문화를 수평적으로 쇄신했다. 서울 사옥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그레이츠판교로 이전한 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일반사원들과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먹는다. 새 사무실은 어떤지, 인근 맛집은 어딘지 등이 그의 단골 질문이다.


경영에 매진하다 지칠 때면 조용히 앉아 책을 읽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잠시 머리를 식히면서 새로운 사업 구상을 얻기도 한다. 좋은 문구가 있으면 따로 메모해 동료들에게 공유한다. 바쁜 시간을 쪼개 자전거 타기와 탁구로 기초체력을 관리한다. 삶의 에너지도 얻고 기분 전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해야 업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굵직한 구조 개편도 거침없이 해냈다. 2020년 4월 금속 주조·자유단조 제품 생산과 판매 부문을 분할하여 단조전문 자회사인 '현대IFC'를 출범시켰다. 수주 물량 급감으로 운영이 어려워진 당진제철소 박판열연공장을 과감히 중단시켰다. 지난해에는 STS 냉연사업을 현대비엔지스틸에 양도하며 그룹차원의 사업 일원화를 통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품질향상, 분사를 통한 전문화, 효율적 조직 관리를 위한 사업부제 도입 등의 경영성과를 일궜다.


올해는 '지속성장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를 만든다는 방침을 세웠다.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현대제철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내린 결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회사가 철강회사를 품은 자원 순환형 그룹이다. 안 대표는 “그룹 내 자동차사가 현대제철 저탄소 소재를 쓰고 상호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탄소중립 시대에 맞게 선순환 구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내진용 강재인 'H CORE'를 '프리미엄 건축용 강재'로 새롭게 론칭하고 자동차 강재 전문 서비스 브랜드인 'H-Solution'도 한층 업그레이드 시키며 브랜드 경영도 실천한다.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시대적 미션을 위해 저탄소 철강 생산공법인 '하이큐브(Hy-Cube)' 체계를 시장에 선보이고, 세계 최초로 전기로를 통한 1.0GPa급 저탄소 고급판재 시험생산 및 부품 제작에 성공하는 등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적 진일보를 일궈냈다.


안 대표는 평소 "안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임직원 모두 안전 활동을 실천하는 자율안전문화를 정착해야 한다"고 말한다. 2021년 사장 직속으로 사업부급 '안전보건총괄' 조직을 만들고 안전보건분야 업무 처리 전문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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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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