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회원구청, 홀몸노인에 자진 철거 요구
단독[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송종구 기자, 조윤정 기자] “한 번 들여다보지도 않다가 갑자기 나가라 하면 어디로 가라는 말이냐.”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에 일명 ‘흥보가’가 울려 퍼졌다.
30년 넘게 살아온 보금자리가 무허가 건물이란 이유로 퇴거 명령을 받았기 때문이다.
양덕동 모 상가 건물 뒤편 거주민 A 씨는 최근 마산회원구청 안전건설과로부터 자진 철거하란 명령문을 받았다고 전했다.
취재 결과 민원을 받은 안전건설과가 각 가구에 자진 철거 경고문을 붙였다.
상가 뒤쪽 무허가 건물에 사는 이들은 대부분 홀몸노인이다.
골절, 뇌출혈 등으로 몸이 불편한 데다 가족과 연락이 끊겼거나 찾아오는 이가 거의 없어 상가 교회에서 지원하는 물품과 음식, 청소 및 의료봉사 등으로 생을 이어가고 있다.
이곳에 사는 한 어르신은 “지자체 지원은커녕 교회에서 챙겨주고 보살펴줬는데 이젠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몇 십 년 동안 아무 말 없다가 민원 하나 들어왔다고 나가라는 게 말이 되냐”라며 “주변 땅 주인이 철거 작업을 시작하면서 매일 소음과 분진 등이 일어나 괴롭고 갑자기 집이 헐릴 것 같아 항상 불안하다”고도 했다.
상가 세입자 B 씨는 “상가에 터를 잡은 지 6년인데 이 동네에 경고장이나 예고문 하나 붙은 걸 본 적이 없고 어르신들도 받은 적이 없다더라”며 “이제껏 여기에 사람이 사는지 관심도 없다가 갑자기 일사천리로 처리하고자 하는 공무원들 심리를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안전건설과 관계자는 “홀몸노인이 있는지는 몰랐고 철거 예고장을 붙이러 가서 집 중에 이층집에 사는 젊은 남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며 “이후에는 주민들과 접촉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온 상태에서 사실 조사를 안 할 수는 없다”라며 “무허가 건물 중 허가를 받아 도로를 점용하다 허가가 취소된 곳에 원상회복 안내문을 최근 두 차례 발송했으며 최근 5년간은 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안전건설과장은 “무허가 건물이라도 당장 철거할 수는 없고 행정 예고 등 절차를 밟고 주민 설득을 통해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조치한다”며 “경고장은 방재팀에서도 붙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공유 재산 위에 건물을 짓고 있으니 자진 철거해 달라는 뜻으로 표현한 것일 뿐 철거하겠다고 행정대집행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
영남취재본부 송종구 기자 jgsong@asiae.co.kr
영남취재본부 조윤정 기자 007yun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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