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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두나 "세상은 나아진다, 관심을 가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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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사회 청년의 비극 '다음 소희'
"사견 지양하고 작품만으로 소통 원해"

"영화는 이 세상을 기록해요. 현재를 기록하고 유행도 기록하죠. 영화가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은 거창하지만, 이야기에 관객이 스며든다면 영향을 주겠죠. 그게 영화의 순기능 아닐까요."


배우 배두나(43)는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말하지 못하는 건 배우라서다. 자칫 개인의 목소리로 인해 배역과 작품의 목소리가 묻힐까봐 참는다고 했다. 배우는 작품으로 말한다. 사견을 거침없이 밝히는 이도 있지만, 혹자는 주제에 동의하는 작품에 출연하는 걸로 발언을 대신한다. 배두나는 철저히 후자다.

배우 배두나[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배우 배두나[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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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두나는 "이야기하고 싶은 일이 많지만, 꾹 참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관객이 온전히 작품에 몰입하도록 돕기 위해 자제하는 것"이라며 "최대한 영화로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20년 넘게 배우로 일하면서 '배두나'로 불릴 땐 속상하다. 배역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한다. 언젠가 배우를 그만두면 목소리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배두나는 정주리 감독과 연거푸 두 작품을 함께 했다. 아동학대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영화 '도희야'(2014)에 이어 2017년 전주콜센터 사건을 모티프로 만든 '다음 소희'로 사회의 어두운 면을 고발했다. '다음 소희'는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 분)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 분)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두나는 형사 유진을 연기했다.


"정주리 감독은 사회를 향해 '잘못됐다'라거나 바뀌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그냥 느끼게 해요. 그래서 좋았어요. 사회적 약자라는 표현을 쓰고 싶지 않지만, 약자와 소재를 다루는 표현이 담담해요. 그동안 우리가 이야기하지 않던, 외면하던 구석구석 날카롭게 끄집어내죠. 한 번 더 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 연출자의 태도가 좋았어요."

"칸영화제 불참 아쉽지만, 배우는 촬영이 본업"
배우 배두나[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배우 배두나[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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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 모두 칸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았다. '도희야'가 2016년 제69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에 초청됐으며, '다음 소희'는 지난해 제75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아쉽게도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지는 못했다.


배두나는 "'다음 소희'가 지난해 5월 칸영화제에서 상영됐는데, 칸에 가지 못해 아쉽다"고 말을 꺼냈다. 그는 "당시 잭 스나이더 감독 영화 '레벨 문'을 찍었다. 미국 영화는 스케줄을 봐주지 않는다"며 웃었다. 이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다 찍었고, 올해말 쯤 넷플릭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십번도 더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을 법한 배두나지만 이상할 만큼 칸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배두나는 "프랑스 영화 '아이엠 히어'(2019)로 찾은 부산영화제 '프랑스의 밤' 행사에서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당시 그가 '너 칸 심사위원 거절했지?' 묻더라. 제안받았을 땐 넷플릭스 드라마 '센스8'을 찍고 있어서 못 했다. 그래서 '부르시면 가죠' 했는데, 지난해 못 갔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이제 완전히 찍히지 않았을까"라며 호방하게 웃었다.


배두나는 다시 칸 영화제를 꿈꾼다고 했다. 그는 "칸의 레드카펫은 특별하다. 존중받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 영화 OST가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는데, 환상적인 기분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레드카펫을 밟았다면 좋았겠지만 배우는 촬영하는 사람이니까…. 운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힘든 일 하는 사람, 무시하는 사회
'다음 소희' 스틸[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다음 소희' 스틸[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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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이동통신사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여고생이 숨진 채 발견돼 조사 과정에서 혹독한 업무 환경으로 고통받았음이 드러나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다음 소희'는 무책임한 어른들이 만들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또 다른 소희가 탄생하지 않도록 사회를 향한 묵직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거는 해야겠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끌렸어요. 청소년, 젊은 세대가 겪는 사건 사고, 바뀌어야 하는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어요. 단순하게 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순수한 마음에서요. 이런 이야기를 그린 영화를 많은 사람이 본다면, 세상이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요."


'다음 소희'는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배두나가 연기한 형사 유진은 실존 인물이 아니다. 그는 "실화를 다룬 영화 '코리아'(2012)에서 리분희를 연기할 때 혹시 당사자에게 피해를 줄지 않을까 부담스러웠다. 형사는 새롭게 창작된 캐릭터라서 부담이 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객이 형사보다 소희의 전사에 집중하길 바랐다"고 했다.


"유진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힘든 일을 하면 더 존중받아야 하는데 사람들이 무시한다'는 대사를 보고 감독님이 하고 싶은 이야기 중 하나라고 느껴서 좋았어요. 교육청에서 장학사가 하는 '적당히 하자'는 대사를 들으면서는 대사인 줄 알면서 눈물이 날 만큼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뭐랄까, 확 꺾였어요."


배두나는 "칸영화제 반응이 좋았다고 들었다. 해외 관객들도 대부분 공감하셨다고 한다. 처음부터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시대, 자본주의 사회라면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학교에서 경쟁이나 사회초년생이 힘없을 때 겪는 일은 세계 어디나 다 같은가보다…."라며 입소리를 냈다.


"재밌는 코미디 시나리오 보내주세요"
배우 배두나[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배우 배두나[사진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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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장르나 사회고발적 성격을 띤 작품에 연이어 출연해온 배두나는 "컷! 하면 스태프들과 장난을 치면서 빨리 현실로 돌아오는 편"이라고 했다. 그는 "작품이 끝나면 다음 작품으로 진입하는 게 익숙해져서 괜찮았는데, 요즘은 웃고 싶다. 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관객도 분명 웃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998년 쿨독 카탈로그 모델로 연예계에 입문해 KBS2 드라마 '학교'(1999)로 얼굴을 알린 배두나는 24년 차 배우가 됐다. 배두나는 일찌감치 해외 러브콜을 받아 할리우드 유명 제작진과 꾸준히 일하고 있다. 이제 다른 장르에서 연기해보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코미디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요. 코미디 연기는 가장 어려워요. 사람을 울리는 것보다 웃기는 게 어렵거든요. 코미디언들 존경해요. 요즘에 제가 밝아지고 싶은가봐요. 최근 영화 안에서 주로 답답한 감정을 많이 느껴서인지 이제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 안에 있어 보고 싶어요. 밝고 당당한 이야기에 끌리죠. 영화 '수퍼배드3' 보셨어요? 그런 영화 정말 재미있지 않아요? 말도 안 되는 코미디도 좋아해요. 혹시 재미있는 시나리오 있으면 저한테 좀 보내주세요.(웃음)"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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