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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톡]中 반도체 자생력 몰라보게 달라졌다…협상력 있는 '물주' 아닌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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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 능력 겸비 탄탄한 산업 펀더멘털 구축
정부 '쌍순환 전략' 대대적 지원…존재감 부각

2020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전시회 2020' SMIC 부스 모습.(이미지 출처=로이터연합뉴스)

2020년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 반도체 전시회 2020' SMIC 부스 모습.(이미지 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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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미국 기술과 중국 시장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하는 한국 반도체.'

미국 주도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에 한국이 가입하면서 떠오른 의제다. 이 명제에서 한 가지 빠진 점은 중국이 최대 수요처기도 하지만 산업 자생력도 무시 못할 수준으로 크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한국이 취약한 차세대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차근차근 갖춰나가고 있고, 한국 강점인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시장 점유율에서도 장기적으로 한국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는 평을 듣는다. '물주'가 아닌 '플레이어'로서도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지난 10월 중국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로 대만 65%, 한국 16%를 추격 중이라고 발표했다. SMIC·화홍그룹·넥스칩 등이 주역이다. 이들 기업 1분기 매출을 합치면 33억2900만달러(약 4조3210억원)에 달한다.


미국의 장비 반입 규제에도 설계 기술 등을 갖춰나가고 있는 점에서 중국 반도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돈 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이 취약한 '설계' 능력을 쥐고 있어 위협적이라는 평이다.

중국 팹리스 기업 매출은 3년 새 2배가량 증가했다. 또 벤처캐피털들이 돈뭉치를 들고 중국반도체 업체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위협적인 뉴스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미국의 칩4 초대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제조 능력' 덕분이었다. 설계 능력은 부족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반도체 제조 업체가 영국 ARM 같은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 대형 인수합병(M&A)을 타진하고 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자생력이 그리 높지 않다는 방증이다.


중국 반도체는 단단한 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갖춰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있다. 때문에 한국 업체의 반도체를 사주는 '수요처'가 아닌 한국 업체 점유율을 뺏을 수도 있는 '공급자'로서의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와 보스턴컨설팅그룹 등 공신력 높은 기관들은 2030년 중국 반도체 점유율이 23%로 늘면서 한국(19%)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을 최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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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무서운 점은 이 같은 성장세가 단순히 반도체 업계만의 과실이 아닌 국가 안보를 걸고 중국 정부가 내건 '쌍순환 전략'에서 비롯된 성과란 사실이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2025년까지 공학 수준을 급성장시키고자 '14차 5개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 계획 안에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높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미국 규제로 속도가 늦춰질 순 있어도 2049년 중국 건국 100주년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 달성 등 장기적인 국가 경제 발전 전략 방향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반도체 굴기 성공 없이는 불가능한 목표다. 태양광, 디스플레이,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등에서 세계를 잠식해 나간 비결인 '무차별 보조금 세례'를 중국 정부가 반도체에 쏟아부을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중국 팹리스 기업은 2810곳으로 한국 120곳의 23배 수준이다. 장비 반입 규제만으로 막기 힘들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팹리스 기업들이 중저가 반도체 생산 자급력을 높이면 되는 문제라는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제조와 AI 반도체 설계 등 현 최선단 14나노(nm·1나노=10억분의 1m) 이하 공정 아니어도 어느 정도 자급할 수 있는 구조는 확보한 셈이다. 끊임없는 인력 유입, 막강한 인적자원과 외교안보 네트워크 등 잠재력도 높다.


메모리 반도체가 아닌 이상 '초격차'란 말을 쓰기가 어려운 게 한국 반도체의 현실이며 인공지능(AI) 반도체 같은 차세대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적어도 중국과 지금의 기술 격차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문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대체품 개발, 저가 선단을 통한 매출 확보 등 중국이 압박을 풀어나갈 방법은 많다는 것이다. 통상 부문의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혁중 부연구위원은 미국의 중국 견제에 대해 "단기적으로 중국의 AI 기술 개발에 차질을 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대체품을 활용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방식 등으로 규제를 우회할 수 있어 중국의 AI 기술개발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자급화 노력에 대비해 한국은 기술 격차를 유지 차원에서 고급 인력 유출을 방지하는 한편 공정 미세화, 차세대 반도체 개발 등을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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