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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탐방]매일 오전 6시 추억을 굽습니다…56년 생과자 김용안 과자점

최종수정 2022.12.02 15:14 기사입력 2022.12.02 15:00

수작업으로 만드는 생과자 가게
밀가루 25kg로 작업하는데 꼬박 여섯시간
아버지의 방식 그대로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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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진영 기자] '센베이'로 불리는 생과자. 누구나 어릴 적 하얀 봉투에 담긴 생과자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힘을 주면 바스러질까 조심히 품에 안고 다니다, 혹여나 과자 부스러기라도 떨어지면 “흘리지 마라!”며 잔소리도 듣는.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김용안 과자점은 1967년 문을 열어 56년째 같은 방식으로 손수 생과자를 굽는 곳이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달콤한 계란, 설탕이 섞인 냄새가 났다.

이곳을 운영하는 50대 김형중 사장은 과자를 구울 때면 늘 누군가를 떠올린다. 3년 전 병환으로 아버지가 세상을 뜨고, 장남인 김씨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가게를 물려받았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과자를 굽는 모습만 봐 왔던 그는, 지금도 그때 방식 그대로 수작업으로 과자를 만들고 있다. 불 앞에서 반죽을 얇게 펴 굽는 생과자. 달지 않고 담백하고, 얇고 파삭파삭한 식감이 특징이다. 은은한 계란향도 나는데, 가게에서는 단가가 비싸도 계란을 일부러 많이 쓴다고 한다.


김씨는 매일 오전 6시 가게로 출근한다. 밀가루 25kg으로 파래 맛, 땅콩 맛 등 생과자를 만드는 데 꼬박 여섯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그마저도 요즘 같은 성수기에는 오후 3, 4시면 과자가 다 팔려 단골손님도 빈손으로 보낼 때가 많다. 이날 이리저리 묻는 중에도 “과자 다 팔렸느냐”며 단골들의 전화가 계속 왔다.


단골 중에는 영화배우 류승수씨도 있는데, 근처에 살아 자주 과자를 사러 온다고 했다. 김씨는 “요새 생과자는 젊은 사람 입에 맞춘다고 빵 식감도 나고 그러는데, 저희는 바삭바삭한 식감을 위해 온종일 불 앞에 서 있어야 한다. 다 아버지 스타일대로 만드는 건데,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손을 내저었다.

유난히 그의 답변에는 아버지가 많이 등장했다. 아버지는 과자를 만들어 팔며 네 남매를 키워냈다고 했다. 아버지의 삶의 터전을 이어받아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추억을 굽는 것, 그것이 이 무뚝뚝한 장남이 보여주는 사랑의 방식일지도 모른다.


가게에서 잘 나간다는 생과자들을 모아 한 봉지 샀다. 조심히 집에 모셔와 꺼내 입에 넣는다. 어릴 적 그 맛과 똑같은, 한결같은 바삭바삭 기분 좋은 맛. 파래 맛 과자를 씹으며 “아부지 잘 지내시나” 짧은 안부를 보냈다. “안 그래도 서울 갔는데 너 바쁠까봐 연락 안 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사랑은 같은 마음이어도 언제나 부서지고 깨질세라 조심스러운 것이다. 그래도 맛은 변하지 않는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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