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10억달러 채권 발행
비트코인 손실규모 6500만달러 추정
中, 외채 매입의사 타진…세력 확대 시도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집중투자로 부채 위기에 몰린 엘살바도르가 10억달러(1조3000억원) 규모의 비트코인 채권을 발행하겠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자산 폭락사태에도 엘살바도르가 비트코인 투자 규모를 오히려 확대한다고 하면서 경제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엘살바도르의 외채 일부를 매입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엘살바도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간 패권 경쟁도 심화될 전망이다.
2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24일 엘살바도르 정부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트코인 채권 발행을 합법화하는 이른바 '디지털 자산발행법'을 의회에 제출했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주축이 돼 마련된 해당 법안은 10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 채권인 일명 '화산채권(Volcano Bonds)' 발행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화산채권은 앞서 엘살바도르 정부가 화산지역의 지열을 이용한 발전을 통해 비트코인 채굴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힌 '비트코인 시티' 건설에 약 5억달러를 투자하며, 나머지 5억달러는 정부의 추가 비트코인 구매에 사용될 예정이다.
엘살바도르는 올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폭락세를 보이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 투자로 큰 손실을 봤지만, 오히려 투자규모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비트코인을 법정통화로 채택했으며, 현재까지 국가예산을 투입해 약 2381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그동안 9차례에 걸쳐 2301비트코인을 매수했다고 밝혔으며, 매수시점을 기준으로 1억560만달러에 달하는 규모였지만, 지난 17일까지 비트코인 투자로만 총 6500만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최근 FTX 거래소 사태 이후 투자손실만 62.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난이 심화된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엘살바도르의 해외채권 일부를 매입하겠다고 접근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중국간 패권다툼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앞서 펠릭스 울로아 엘살바도르 부통령은 이달 초 중국이 엘살바도르의 외국 부채 일부를 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해왔다고 밝혔다. 울로아 부통령은 "중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의 일환으로 210억달러(약 28조원) 규모의 외채를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첫번째 입찰자에게 외채를 모두 매각하지 않을 것이며 상황을 주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따라 중국이 국가부채를 갚아주려는 조건으로 엘살바도르 경제적으로 종속시키려 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엘살바도르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하자 인프라 건설 등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미 육군전략연구소의 에반 엘리스 연구원은 이날 니혼게이자이에 "중국의 외채 매입 제안은 엘살바도르의 힘든 재정 상황을 노린 것"이라며 "중국이 부켈레 정권의 정치적 불안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려 들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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