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빵 굽는 타자기] 헉슬리가 봐도 감탄할 '멋진 신세계' 2022 대한민국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빵 굽는 타자기] 헉슬리가 봐도 감탄할 '멋진 신세계' 2022 대한민국
AD
원본보기 아이콘

1932년에 쓰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그린 미래는 말 그대로 멋지다. 이 책 속 미래 세계에선 사람들 간 갈등은 없으며 행복만 가득하다. 우울한 잡념이 생기면 마약과 유사한 신경안정제 '소마'를 먹으면 된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게 해결돼 있는 세상이다.


이에 반기를 드는 '야만인'이 책 속에 등장한다. 야만인은 멋진 신세계의 행복을 향유하지 못한다. 발달된 문명인들에게 쓸데없이 '셰익스피어'를 언급하고 예술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강조한다. 이미 문명인들은 자신들이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다고 주장하는 데 말이다. 결국 야만인은 멋진 신세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동물원 속 원숭이 신세를 살게 된다.

문명인들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식은 우리 같은 야만인이 보기엔 다소 당황스럽다. 직장에서 찍혀 전보 조치 당해도 소마를 먹으면 해결된다. 혹은 '촉감 영화'를 보면 기분이 나아진다. 촉감 영화는 제대로 된 서사가 담긴 영상물이 아닌, 성욕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다.


갈등이 없다보니 재산을 넘어 사람조차 서로 공유하고 있다. 가족을 꾸리거나 연인이 되는 등 서로 속하는 것을 부정한다. 하물며 아버지, 어머니처럼 고귀한 단어는 멋진 신세계에선 불결함을 의미한다. 반면 성희롱에 가까운 발언들은 멋진 신세계에선 칭찬으로 통한다. 남성 또는 여성과의 성관계 후기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의 소유욕을 해결하기 위해 '계급'이라는 수단을 사용한다. 배아 상태부터 유전자 조작을 통해 계급을 만들어낸다. 계급은 외관을 통해 뚜렷하게 나타난다. 계급이 높을수록 생김새, 힘, 지능 등도 좋아진다.


그렇다면 헉슬리가 현재 우리 사회를 본다면 어떻게 말할까? 아마 '멋지다!'라고 탄성을 지를지 모른다. 마약청정국으로 자부하던 한국이 이젠 어디서든 마약을 구할 수 있는 곳이 됐다. 언론에선 연일 마약사범이 넘쳐 흐른다고 보도하고 있다.

가족은 해체되고 있다. 과거만큼 아버지나 어머니를 존경하고 배려하지 않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노인인구 중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기준 19.5%로 점점 증가하고 있다. 노인 학대 역시 마찬가지다. 올 상반기만 노인 학대 건수가 약 6000건이다. 가해자의 96%가 배우자 또는 자녀다. 확실히 가족이 해체된 '멋진 신세계'가 돼 버렸다.


계급은 선명하게 나뉘고 있다.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 가운데 우리나라는 28위다. 이러한 계급은 교육 등을 통해 다음 세대들에게 물려준다. 최근 3년 동안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의 45%가 연 소득 1억2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이제 옛말이 돼 버렸다.


하지만 헉슬리는 결정적인 순간에서 당황할 것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행복하지 않다. 가장 높은 계급부터 아래까지 행복했던 멋진 신세계와는 다르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2 세계 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36위로 최하위권이다.


멋진 신세계 속 여러 풍자들은 등장한 지 오래됐지만 지금도 통찰을 줄 만큼 수준이 높다. 어딘가 한국 사회와 닮아 있어서 읽다보면 씁쓸함도 느껴진다. 헉슬리가 그린 우스꽝스러운 미래와 한국 사회와 비교하면서 읽으면 재밌을 듯 하다.


멋진 신세계 | 올더스 헉슬리 지음 | 안정효 옮김 | 소담출판사 | 400쪽 | 1만3800원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