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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여왕과 왕실의 비밀…영국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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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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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믿음 기자] "하얀 피부와 예쁜 금발의 자그마한 나의 아가야."


1926년 4월21일 태어난 엘리자베스 2세를 보고 할머니 메리 왕비가 일기에 쓴 내용이다. 자그마한 아이가 유력한 왕위 후계자로 지목된 건 10살 무렵이다. 1936년 에드워드 8세가 하야하고 부친인 조지 6세가 즉위하면서다.

김현수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책 ‘이야기 영국사’(청아출판사)를 통해 영국과 엘리자베스 2세에 관해 상세한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는 어릴 적부터 엄격하고 촘촘한 왕위 계승 교육을 받으며 생활했다. 아버지와도 떨어져 지냈다. 스코틀랜드의 밸모럴성과 윈저궁 등을 오가며 외로운 일상을 보냈는데, 그런 엘리자베스 2세에게 위로가 되어준 건 승마다. 말을 타고 시골길 달리기를 즐겼던 그는 이후 "내가 왕이 되지 않았더라면 시골에서 말과 개들을 사육하면서 지냈을 거야"라고 자주 말했다고 한다.

2020년 6월1일 영국 윈저성에서 승마를 즐기는 엘리자베스 2세.

2020년 6월1일 영국 윈저성에서 승마를 즐기는 엘리자베스 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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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여왕 2세는 애국심이 투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아버지를 찾아가 "저도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요"라며 입대를 요청할 정도였다. 결국 소위 계급장을 달고 ‘구호품 전달’ 부서에 배치됐는데, 그곳에서 남편인 필립 공을 만나게 된다.


필립 공은 1922년 군사혁명으로 추방당한 그리스·덴마크 왕자로 불리는 안드레아스 공의 아들로, 어릴 적부터 영국에서 생활했다. 왕립 해군사관학교에서 수학한 뒤 참전한 세계대전 와중에 엘리자베스를 만나게 됐다. 연인 사이로 발전한 두 사람은 1947년 약혼했고, 11월20일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에서 결혼식을 거행한다. 이듬해 둘 사이에서 현재 영국의 국왕인 찰스 3세가 태어난다.


엘리자베스 2세가 왕위에 오른 건 1953년 6월2일이다. 아버지 조지 6세가 서거하자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즉위했다. 이후 그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준수하며 영국의 상징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그 상징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대개는 왕실 가족들의 불화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딸인 앤 공주의 이혼, 여동생인 마거릿 로즈의 파혼까지 왕실 가족의 가정사는 부정적으로 부각됐다. 특히 숱한 염문을 뿌리고 다니던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관계는 세계인의 관심 대상이었다. 두 사람은 1981년 성대한 결혼식을 통해 부부 관계를 맺었지만, 순탄하지 않은 삶을 이어갔다.


다이애나의 고민과 왕실의 비밀을 둘러싼 내용은 앤드루모튼이 1992년 출간한 ‘다이애나-그녀의 진실’(성훈출판사·정정숙 옮김)에 담겼다.


다이내나가 밝힌 결혼 생활의 어려움은 개인의 고민을 넘어섰다. 그의 삶에 감정 이입을 하는 영국인이 늘어났고, 국민적인 동정 여론으로 이어졌다. 특히 1996년 이혼한 다이애나가 1997년 의문의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동정 여론은 왕실에 대한 비난으로 바뀌어서 찰스와 왕실을 향했다.


그렇다면 영국 국민은 왕실의 폐지를 원할까. 이 부분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려면 안병억 대구대 국제관계학과 교수의 책 ‘하룻밤에 읽는 영국사’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안 교수는 "다이애나 장례식 때 영국인들은 공감능력이 매우 떨어진 왕실을 비판했지만 제도로서 왕실은 필요하다고 봤다"고 전했다. 왕실은 영국인에게 특별한 존재다. 왕실이라는 존재를 영국의 정체성으로 여기면서 다른 나라보다 우월하게 느끼게 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해 초 유고브(YouGov)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인 62%가 ‘왕실을 유지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2018년 기준으로 매년 왕실에 8200만 파운드(약 1244억원)의 거금이 지원된다. 그런데도 영국인은 "왕실의 폐지를 곧 자랑스러운 영국 역사의 종말"이라고 느낀다. 물론 폐지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건 부인하기 어렵다. 2012년 75%에 달하던 왕실 지지율이 올해는 62%로 줄었다.


영국 최장수 국왕으로 군림하던 엘리자베스 2세가 지난 8일 서거하면서, 결혼식(1947년)을 올리고, 대관식(1953년)을 치렀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마지막 행사(국장 장례식)가 거행됐다. 그 뒤를 이어 찰스 3세가 군주로 낙점되면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먼저 우표와 지폐에 담긴 엘리자베스 2세 얼굴이 찰스 3세 얼굴로 바뀌고, 여권에 쓰인 ‘여왕 폐하’란 글귀도 ‘폐하’로 변경된다.


국가(國歌) 가사 역시 ‘신이여 왕을 구하소서’로 개작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왕실 폐지론이 높아지는 가운데 찰스 3세가 보여줄 역할이다. 어떤 태도로 21세기 군주론을 감당할지, 그 변화의 갈림길에 세계의 관심이 영국을 향하고 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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