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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해서"…고물가 시대에도 '스펙' 쌓는 20·30

최종수정 2022.08.17 08:19 기사입력 2022.08.17 08:19

20·30 "옷·밥값 아껴 영어학원 다닌다"
경기 불안 속 "자기계발이 가장 안전" 인식 커져

지난 7월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중견기업 일자리박람회'에 참가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보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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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 20대 직장인 A씨는 길어지는 경제 불황 속 최선을 다해, 절약을 하고 있지만 자기계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A씨는 "옷이나 악세사리 같은 사치품은 안 사고, 점심에 먹는 커피도 최대한 회사 커피를 마시려고 한다"면서 "대신 교육비에는 지출을 아끼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직을 준비 중인데 아무래도 지금 같은 경제 상황에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점프 이직'으로 연봉을 높이는 게 더 낫다"며 "더 좋은 회사를 가기 위해선 직무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영어 점수를 올리는 '스펙쌓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7월 소비자 물가가 1년 전보다 6.3% 상승했다. 이는 지난 6월(6.0%)보다도 0.3%포인트(p) 오른 수치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수도·가스 등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7월 물가가 올랐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한 가운데 채소 등 농축수산물과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오름세가 확대되며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며 "다만 전월(6월)과 비교해 7월은 석유류,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하락 전환해 상승세가 (전년 대비) 조금 둔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식료품·외식비 등 역시 크게 올라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가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20·30세대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일정 기간동안 지출을 삼가는 '무지출 챌린지'나 '짠물소비'(중고 제품이나 저품질의 등 값싼 제품을 구매하는 것)로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이들도 느는 추세다.

지난 6월29일 서울 중구 티마크그랜드호텔 명동에서 열린 '2022 관광기업 미니잡페어 in 서울'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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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같은 상황에서도 자기계발을 위한 지출은 아끼지 않는 모습이 나타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시대에 접어드는 등 경기 침체 전망이 짙어지면서 자신을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이모씨(24)는 "공기업을 준비 중인데 아르바이트 비용을 학원비로 사용하고 있다"며 "요즘 토익과 컴활(컴퓨터활용능력), 한국사(한국사능력검정시험)은 필수고 영어 외 외국어 자격증은 다들 하나씩 가지고 있는데, 여기에 맞추려면 학원을 다니면서 성적을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토익이나 HSK(중국어능력시험)는 2년이면 만료돼서 기간 내 취업을 못하면 학원에 또 등록하고 성적을 만들고 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고 전했다.


자기계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모습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지난 3일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자(自)테크(나테크)'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 전체 응답자의 87.2%가 현재 자기계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계발 중 체력 및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43.7%, 중복응답) 이어 재테크·투자 공부(34.1%), 나만의 루틴 만들기(25.5%), 운동 배우기(25.2%), 다양한 분야 책 읽기(23.2%), 영어공부 (22.5%), 외모 관리(20.4%), 직무 관련 지식 배양(19.2%), 직무 관련 자격증 공부(19.2%)순이다.


특히 20·30세대는 외국어 공부와 커리어 역량 증진을 위한 자기계발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어 공부를 하는 20·30세대는 60.8%(20대 34.8%, 30대 26.0%)로 40·50세대 29.3%(40대 14.4%, 50대 14.8%)보다 두배가량 높았다. 직무 관련 자격증 공부 역시 20대 30.8%, 30대 20.4%로 40대 13.2%, 50대 12.4%보다 높은 모습이다.


투자 상황 역시 기존의 주식이나 암호화폐 투자에서 '나를 위한 투자'로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청년들은 지금 상황에서의 투자에 대해 '현재 경제 상황으로 투자 시장도 불안한 것 같다'(89.3%, 동의율), '요즘엔 어떤 투자도 성공을 확신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83.1%), '투자 성공을 통한 인생 한 방이 더욱 쉽지 않아졌다'(77.5%) 등 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자기계발은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재테크(63.5%)라는 인식이 강했다.


트렌드모니터 측은 "불안정한 미래에 대비해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며 "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고, 투자 시장이 연패를 면치 못하는 상황 속에서 결국 '나'에게 투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투자라는 생각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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