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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져야 산다"…DB하이텍, 팹리스 분사 추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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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고비…"기술유출 우려 없애 고객 늘려야"
팹리스 떼어내 IPO 추진 전망…소액주주 의사 변수

"흩어져야 산다"…DB하이텍, 팹리스 분사 추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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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예주 기자] DB하이텍의 시스템 반도체 설계(팹리스)사업 부문 분사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DB하이텍은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부문과 분리해 개별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시장에서는 수년간 호조세를 이어온 파운드리 사업의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락세) 우려 속, 고객사 다변화를 통해 수익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분사 결정 요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분사를 위해서는 DB하이텍 개인주주들의 반발을 넘어야 한다. 주주들은 DB그룹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DB하이텍 물적분할을 악용하려 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주주명부 열람을 회사 측에 요청하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연내 파운드리 사업부와 브랜드 사업부의 분사를 검토 중이다. DB하이텍은 PMIC(전력관리반도체)를 주력 생산하는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이다. 다만, 이 회사의 브랜드 사업부가 범용 제품인 DDI(디스플레이구동칩)의 외주 설계도 맡고 있다. 브랜드 사업부의 직원 수는 150여 명, 매출액은 3000억~4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0%가량이다.


지난달 12일 브랜드 사업부를 물적분할 방식을 통해 분리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처음 알려졌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구체적인 방법이나 시기가 특정되진 않았지만 시장에선 팹리스를 떼어내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B하이텍이 분사를 추진하는 것은 팹리스 사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브랜드 사업부의 주력인 액정표시장치(LCD)용 DDI 제품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올레드용 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 고부가 제품 영역으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으로 분석된다.

실제 DB하이텍은 올해 삼성전자 팹리스인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황규철 전 삼성전자 전무를 브랜드사업본부장(사장)으로 영입하며 팹리스에 힘을 실었다. 황 본부장은 고속 인터페이스, 저전력·박막 기술 등의 개발을 주도하며 2002년부터 이어진 삼성전자의 DDI 글로벌 점유율 1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객사와의 이해상충을 피해 메인 사업인 파운드리에만 집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위탁생산을 맡은 회사에 설계 사업부가 있으면 고객사들은 설계 유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설계 사업부 입장에서도 적극적인 확장이 쉽지 않다. 새로 설계를 맡은 반도체가 기존 위탁생산하던 분야라면 의혹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공급 부족으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의 수요 둔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은 최대 90%로 떨어졌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로 IT 수요가 둔화되며 DDI, 이미지센서(CIS), PMIC,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레거시 공정 제품에서 고객사들의 주문 취소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설계와 생산 간의 경계가 모호했다"며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 고객 접점을 어떻게 넓힐 것인지에 대해 고민 끝내 나온 것이 분사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DB하이텍의 이 같은 행보는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정책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현재 3%대인 시스템반도체의 시장점유율을 오는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을 밝혔다. 여기에 국내 팹리스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게 '스타 팹리스' 30개사를 선정해 기술개발부터 시제품제작, 해외판로 등에 이르기까지 집중 지원할 계획이다.


다만, 상장을 목표로 팹리스를 물적분할하기로 확정할 경우 주주 동의를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준기 회장이 직접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3.61%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지분은 17.38%에 불과하다. 소액주주 비중이 67.59%에 달해 9.58%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찬성하더라도 주주총회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구도다.


지난 11일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사측에 주주명부 열람을 요청하는 공문도 발송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자금 투명성 확보 및 공문 발송 등 공식 활동을 위해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모아 5% 이상을 확보해 공시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1%에 달하는 43만여 주의 소액주주 지분을 모은 상태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소액주주연대 측은 주주총회 소집 시 브랜드 사업부가 아닌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할 수도 있고 기존대로 브랜드 사업부를 분할하더라도 주가 하락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며 "회사는 주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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