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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정재 "한국영화 시장, 함께 퍼먹는 커다란 밥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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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출작 '헌트' 10일 개봉
감독 데뷔작 칸영화제行
9월 에미상 유력 후보
"남 깎아내려 이기는 문화 없어야.."

이정재/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이정재/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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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배우 이정재(50)에게 올해는 큰 기쁨을 맛본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해로 기억되겠다.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그는 첫 연출작 '헌트'가 지난 5월 75회 칸 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되며 감독으로 레드카펫에 올랐다. 영화인의 꿈의 무대에 무려 데뷔작으로 초청되는 감회는 남달랐다. 어딜 가나 뜨거웠다. 그가 머무르는 식당에는 팬들이 몰렸고, 거리에서는 사진촬영 요청이 이어졌다. 그의 곁을 23년 지기 정우성이 묵묵히 지켰다. 뜨거운 순간, 오랜 우정을 나눠온 영화 동료이자 친구가 함께해 더 빛나는 순간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정재는 "정우성은 영화를 좋아하고 푸근하게 사람들과 교류하는 부분에서 의지가 된다"며 "'헌트' 촬영 때는 '오케이'인지 아닌지 전부 맡겨주면서 저를 도와줬다"고 말했다.

이정재는 ‘남산’이던 ‘헌트’의 초고를 수년간 고치고 또 고치길 반복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정우성과 함께하기 위함이 가장 컸다고 했다. 그는 “정우성·이정재가 오래 함께해온 친한 사이라는 걸 많은 분께서 알고 계시니까 오히려 부담됐다. ‘친해서 같이하는 거 아냐?’ 하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했다. 진심과 열의를 가지고 모든 작품에 함께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정우성씨와 한재덕 대표께 초고 ‘남산’ 시나리오를 구매해 보여드렸죠. '만들기 어려울 거 같다', '많은 부분을 고쳐야 할 거 같은데,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될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어요. 이후 감독을 찾아 나섰고, 각색 작가와 함께 써보기도 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연출한다는 건 곧 시나리오를 쓴다는 말이잖아요. 글을 쓴다는 게 엄두가 안 났죠. 일기가 아니잖아요. 이후 개봉을 앞두고 기자분들과 작품을 놓고 대화해야 한다는 것만으로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몇 번이나 고쳤는지도 모르겠어요.”


시작을 떠올리던 이정재는 자연스럽게 연출할 결심을 했다고 했다. “어렸을 때까지만 해도 ‘무슨 배우가 제작을 해?’ 하는 시선이 있었어요. 하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케빈 코스트너, 클린트 이스트우드 등 많은 배우가 연출, 연기를 병행해왔잖아요. 왜 우리나라만 선을 넘지 못 할까 의문이었죠. 정우성씨는 ‘태양은 없다’(1998) 때부터 연출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했는데, 저는 못 할 거 같다고 생각해왔죠. 이후 정우성과 아티스트 스튜디오 회사를 함께 하면서 꾸준히 영화를 제작해갔고, 시나리오를 구입한 거죠. 아주 자연스럽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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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은 이정재와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로 출발해 글로벌 제작사로 거듭난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함께 운영 중이다. 동료 배우이자 친구, 동업자로서 정우성을 신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정재는 “영화를 좋아하고 영화 일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푸근하게 사람을 늘 대한달까. 촬영장에서 밥도 잘 사고, 끝나면 맥주도 한잔하는 자리를 알아서 만들다 보니 사람들과 교류도 잦아졌다”고 했다.

아티스트 스튜디오는 올해 75회 칸 영화제에서 뜨겁게 주목받았다. 이후 기획·제작할 콘텐츠에 관심이 쏠리는 바. K콘텐츠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분위기 속 어떤 역할을 해낼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이정재는 "정우성과 관련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생각이 확고하게 같다"며 "영화계 종사하는 많은 사람과 많은 나라에서 사랑받을 만한 K콘텐츠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올여름 영화시장에서 혹자는 경쟁한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네 작품이 개봉했지만 한국영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함께하는 상황이지, 이게 왜 경쟁인가요. 안성기 선배로부터 물려받은 문화인데, 한국영화 시장은 함께 퍼먹는 커다란 밥솥이라고요. 다음에 누가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밥솥이 더럽혀져서도 안 되고, 온도가 떨어져서도 안 되죠. 나는 따순밥 먹었는데 뒤에서 찬밥 먹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죠. 선의의 경쟁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남을 깎아내려서 이기려는 문화는 없어야 하고요. K콘텐츠가 글로벌로 나아가는 분위기인데, 우리끼리 모이지 않으면 어떻게 해외 시장에서 경쟁할 수가 있을까요. 아티스트 스튜디오가 이러한 문화를 바탕으로 함께하는 회사가 되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정재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으로 아시아 국적 배우 최초로 다음달 12일 열리는 74회 프라임타임 에미상에서 TV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주요 외신에서는 SAG(미국배우조합상)을 수상했다는 점 등을 들어 그의 수상이 유력하다고 내다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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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을 가능성을 묻자 이정재는 “항상 기대를 내려놓고 행사장에 참여했다”고 답하며 웃었다. 이어 “사실 선뜻 기대할 수가 없다. 기대한다면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워낙 큰 시장이고 쟁쟁한 경쟁작들이 후보에 올랐다. 오랜 전통의 큰 시상식 중 하나인데 ‘거기에 내가?’라는 생각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


마블(Mavel) 영화 출연설에 대해서는 "터무니 내용"이라며 "사실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 ‘오징어 게임2’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 빠르면 가을께 촬영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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