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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스토리]'코로나 불효자' 눈물의 칸막이 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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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센터 등 비대면 면회 선착순 예약
어버이날 예약 꽉 차 연차내고 찾기도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 마련된 비대면 면회실 '가족의 거실'에서 박영순 할머니가 아들 가족과 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 마련된 비대면 면회실 '가족의 거실'에서 박영순 할머니가 아들 가족과 면회를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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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어머니가 알아봐 주실지도 모르지만 얼굴 만이라도 뵙고 싶어요."


6일 오후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서 만난 조인정(62)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조씨의 어머니는 오랜기간 치매를 앓다 지난 3월 이곳에 입소했다. 두달이 채 안 되지만 수년간 간호하던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니 자식으로서는 ‘더욱 보고 싶고 죄스러웠다’고 한다. 면회 전 조씨의 목소리는 설렘과 울음이 섞인 채 떨렸다. 그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시다보니 자식들 얼굴도 잘 못알아보셔서 영상통화도 힘들었다"면서 "오늘 어머니 손이라도 꼭 잡아드리고 얼굴이라도 뵐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센터를 찾았다"고 말했다.

비접촉 면회 전용공간인 ‘가족의 거실’에서 진행된 면회에서 조씨는 어머니의 손을 잡아드릴 수 있었다. 서울시가 개발한 이 공간은 약 15㎡(4.5평) 면적의 이동식 목조주택이다. 유리창으로 공간이 구분돼 비말 등 감염 경로를 차단할 수 있지만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에 사용되는 ‘방역 글러브’를 설치해 손을 잡고 대화를 할 수 있다. 작은 목소리도 선명하게 전달하는 음향시스템을 설치해 유리창 너머 가족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조씨는 "아직은 가족당 1회로 면회가 제한돼 있는데 코로나19가 잦아들어서 더욱 자주 뵐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8일 어버이날을 앞두고 현관문·창문을 사이에 둔 가족들의 상봉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요양병원은 코로나19 감염에 취약한 고위험시설로 분류돼 면회를 전면 금지하던 요양시설과 병원 등은 면회를 일부 허용했다. 현관문을 사이에 두거나 창문 너머로 면회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날 마포구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김모(58)씨도 현관문 너머로 어머니를 뵐 수 있었다. 김씨는 "직접 모시지 못하고 병원에 모신 것도 죄송한데 1년 가까이 얼굴을 뵙지 못했다"며 "어버이날 당일에는 면회 예약이 가득 차 연차를 쓰고 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비접촉 면회마저도 선착순 예약제로 운영되는 탓에 부모님 얼굴을 뵙지 못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3개월 전 인천 서구의 한 요양병원에 아버지를 모신 송모(32)씨도 어버이날에 면회를 신청했지만 지난달부터 이미 예약이 꽉 차 불가능했다. 송씨는 "어버이날 식사라도 함께 하고 좋은 곳 구경도 시켜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식사는 커녕 얼굴조차 뵙기 어려워 속상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원망스럽기도 하다"고 아쉬워했다.

요양시설 입소자들은 병원 외진도 쉽지 않다. 외진을 위해 한 번 바깥에 나오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다시 입소해야 한다. 시간과 돈이 적지 않게 드는 만큼 심하게 아프지 않으면 참는 환자들도 상당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 속에서 요양시설과 병원들은 ‘자식 노릇’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각 시설마다 입소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위로하기 위한 각종 행사를 열고 영상통화 등을 통해 가족과의 연결을 돕기도 한다. 노동훈 의정부 카네이션 요양원장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방치되거나 소외받는 어머니, 아버지들도 계시다"며 "마음 더욱 허전해지지 않도록 어버이날에 카네이션도 달아드리고 가족같은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요양시설 입소자, 종사자들의 백신접종률이 75%를 넘어섬에 따라 이르면 7월께 요양시설·병원의 접촉 면회를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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