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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일랜드 폭력시위 일주일째…브렉시트가 분노에 기름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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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대, 상점 약탈·버스 방화…경찰 50여명 부상
'英과의 무역에 통관 도입' 북아일랜드협약 반발
가디언 "브렉시트 이후 정국 불안감 가중"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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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북아일랜드에서 영국과의 결속을 주장하는 연방주의자 세력의 폭력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경찰관 5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북아일랜드의 고립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규모 시위로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수도 벨파스트 등 주요 도시에서 지난 2일 시작된 시위는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연방주의 세력과 독립주의 세력의 거주지를 가르는 평화의 벽(Peace Wall)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고 일부 시위대는 길거리의 쓰레기통과 자동차 타이어에 방화를 저지르고 기자들을 폭행했다.

시위로 버스가 불타고 약탈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경찰관에 대한 폭력 행사도 늘면서 근 수십 년간 북아일랜드 최악의 폭력 사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북아일랜드 경찰 당국은 최근 긴급회의를 진행한 후 성명을 통해 "(경찰관에 대한 폭력 행사는) 매우 충격적이며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알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총리는 이에 대해 "시위가 아닌 살인 시도와 약탈 행위일 뿐"이라며 "(시위대가) 우리 사회를 대표할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알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총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알린 포스터 북아일랜드 총리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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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배경엔…브렉시트로 인한 경제적 피해 우려

이번 시위는 연방주의자 세력 주도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시위는 연방주의를 표방하는 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데리, 뉴튼에비 등에서 발생했다.

영국이 지난해 말 브렉시트 합의를 통해 유럽연합(EU)을 공식 탈퇴한 이후 북아일랜드의 연방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확산돼 왔다. 북아일랜드는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국민 과반수가 EU 잔류를 선택한 지역이다. 북아일랜드는 당시 EU와의 경제 교류 강화가 자국에도 큰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7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의 한 길거리에서 경찰관들이 도로를 순찰하고 있다. 벨파스트(영국)=로이터연합

지난 7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의 한 길거리에서 경찰관들이 도로를 순찰하고 있다. 벨파스트(영국)=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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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아일랜드는 EU에서 받은 보조금을 자국 인프라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EU가 북아일랜드의 농수산 산업 보조금으로 3억2000만영국파운드(약 5000억원)를 지원했다.


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 단행으로 EU의 관세동맹을 탈퇴하자 북아일랜드는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EU의 보조금과 자유무역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이 상쇄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방주의자 분노에 기름 부운 북아일랜드 협약
지난 8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북아일랜드 협약에 반대하는 시민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벨파스트(영국)=로이터연합

지난 8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수도 벨파스트에서 북아일랜드 협약에 반대하는 시민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벨파스트(영국)=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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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와 별개의 국가지만 양국 간에는 세관·통관 절차 없이 상품과 인력의 이동이 자유롭다.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는 한 국가인 것처럼 경제적으로 통합돼있어 북아일랜드의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가 브렉시트 합의 당시 EU 측과 타결한 북아일랜드 협약이 또 다시 걸림돌이 됐다.


협약에 따르면 북아일랜드는 영국 영토로 인정되지만 EU 단일시장에 남아 EU의 무역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수출되는 모든 상품은 EU 회원국에 수출하는 것과 같이 복잡한 통관 절차가 적용된다.


북아일랜드 협약은 EU의 요구로 추진됐다. 영국이 EU를 탈퇴함에 따라 북아일랜드 역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의 접경 지역에서 강화된 통관 절차를 도입해야 하는데 북아일랜드의 경기 침체를 우려한 영국이 이를 무력화하는 '국내시장법'을 추진했다. EU는 이에 탈퇴 협정 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결국 영국의 양보로 북아일랜드 국경에 세관·통관 절차를 도입하는 차원에서 이 협약이 체결됐다.


북아일랜드협정이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에는 EU 규제를 적용한다는 사실을 비꼬아 북아일랜드 지역을 EU 영토로 표시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사진 [사진출처=트위터]

북아일랜드협정이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에는 EU 규제를 적용한다는 사실을 비꼬아 북아일랜드 지역을 EU 영토로 표시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사진 [사진출처=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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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아일랜드는 영국을 따라 EU를 탈퇴하면서도 영국 본토와도 무역 장벽이 생기게 됐다. 이에 본토와의 자유로운 통행을 원하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자들이 반기를 들게 된 것이다.


영국과의 합병을 중시하는 연방주의자들이 EU 탈퇴 이후에도 영국 본토로 인정돼 영국과의 자유로운 무역을 기대했지만 이것이 불가능해지자 영국 정부에 대한 반발 여론을 키우게 됐다. 나오미 롱 북아일랜드 법무장관은 존슨 총리에 대해 "정직하지 못하다"며 "영국과의 자유로운 무역을 원한 국민을 속였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분리독립 세력에 대한 미온적 대응이 분노 확산에 결정타
지난해 6월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성향 신페인당 지도부를 비롯한 분리주의 세력이 전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지도자 바비 스토리 장례식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트위터 캡처]

지난해 6월 북아일랜드 민족주의 성향 신페인당 지도부를 비롯한 분리주의 세력이 전 아일랜드공화국군(IRA) 지도자 바비 스토리 장례식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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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지난해 6월 북아일랜드의 분리주의 정당인 신페인의 고위급 인사들이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전 지도자 바비 스토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연방주의자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IRA는 아일랜드 민족주의를 표방한 무장단체로, 지난 20세기에 영국 정부와 영국과의 통합을 원하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세력을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가 강화된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던 당시 장례식에 수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이를 주도한 신페인당 인사들에 대한 처벌 여론도 확산됐다. 하지만 정부가 이들을 처벌하지 않자 평소 신페인당에 반감이 컸던 연방주의자들의 분노를 사게 됐다.


북아일랜드 시위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외교적 해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북아일랜드와 영국 정부와의 긴급 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루이 하이 북아일랜드 국무대신은 "지금의 정치적 갈등은 정치권 내에서 해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지는 "지금의 사태가 북아일랜드 정국의 불안감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적절히 해소되지 않으면 북아일랜드와 영국 정부 간 관계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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