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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류청론]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광장'의 공공성 연결하는 작업

최종수정 2020.12.03 12:54 기사입력 2020.12.0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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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의정 메타건축 대표(한양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우의정 메타건축 대표(한양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얼마 전 착공을 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그리고 이 사업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서로 자신의 논리를 펼치며 찬성과 반대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나 역시 광화문광장의 재구조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중 한 명으로 나의 의견을 개진하고 있으며 굳이 편가르기를 하자면 찬성의 입장이다. 다만 결과에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 찬성하는 것이다. 현재 마련되어 있는 계획안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노력의 연속성을 지지하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러하겠지만 건축가는 정치적인 성향을 갖는데에 익숙치 않다. 도시는 그 자체가 시민의 일상을 담는 용기라는 생각을 가지며 건축가는 시민의 요구에 따르는 도시구조의 변화에 개입한다. 시민의 요구를 건축으로 변환하는 통역자이자 봉사자의 입장인 것이다. 그리고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시민의 요구가 먼저였고 이를 행정의 뒷받침으로 실현시키는 장기적 관점의 사업이다. 영향력 있는 어느 개인의 욕망에서 비롯한 정치적 의도의 사업이 아니라 서울 시민,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의 목소리에 의한 우리의 일상을 담는 도시구조의 점진적인 변화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시민들은 여러 이슈에 한목소리를 내려는 목적으로 광화문 일대에 모이기 시작하였고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2016년의 촛불집회가 이 곳을 광장으로 재구조화 하자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2017년 5월에 출범한 새로운 정부는 광화문 시대를 선언하였고 광화문 일대 변화의 핵심은 길을 광장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오랜 시간 차량이 중심이던 길을 광장으로 조성하기 위해서는 여러 분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시민들은 지난 3년여의 시간을 보내며 계획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였다. 가장 논의가 뜨거웠던 점은 사람과 차가 공존하는 방식을 정하는 것이었다.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광화문광장이 차량과의 간섭 없는 보행이 우선되는 환경이 되는 것을 반대할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구조가 한순간에 변화하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기에 사람과 차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식을 연구하였다. 우회도로 확장을 통한 차로 폐쇄 또는 축소도 검토하였고 차로를 지하화하는 입체적 계획도 수립하였다. 그리고 간헐적인 차로 통제로 교통의 흐름을 관찰하는 신중한 접근도 잊지 않았다.


오랜 논의를 거쳐 광장은 조성하되 현재의 도시구조는 유지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고 광장 조성의 원칙을 정하였다. 광장의 형상이 대칭의 구조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고, 광화문에서 종로를 거쳐 종묘로 이어지는 임금의 행차로인 어도를 고려하여 광장을 동측으로 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현재의 광화문과 복원을 고려하는 월대의 각도가 세종대로의 서쪽으로 틀어져 있다는 점과 세종문화회관과 세종로공원 주변의 공공성을 감안하면 현재의 광장을 서측으로 붙이는 편측 광장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으로 현재의 계획안을 마련하였다.

현재 공사가 벌어지는 상황은 결코 무리한 진행이 아니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한 최소한의 내용을 기준으로 현재 단절되어 있는 광장의 공공성을 연결하는 작업으로 다음 단계를 정하기 위한 장기적인 관찰이 전제가 되는 진행형의 사업이다. 멀쩡한 시설을 철거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도 아니고 무리한 굴토로 땅을 파헤치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을 상징하며 나라의 품격에 어울리는 광장이 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구조의 변화와 새롭게 요구되는 많은 시설의 확충이 있어야 하지만 완성안을 정하기 보다는 우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과정의 대안을 제안하였다. 그러기에 현재의 계획이 광화문광장의 완성이 아닐 것으로 생각하며 많은 시민들이 함께 이용하고 지켜보며 시간을 두고 더 나은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이 뒤따르기를 기대한다.


서울 시민의 요구에서 출발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많은 시민들과 단체들이 수립의 과정을 지켜보며 함께 해 온 시민의 사업이다. 그리고 일정에 맞춰 계획안을 정리하였고 적정한 시기에 공사를 시작하였다. 특정 임기를 의식한 진행이 아니기에 내년에 새로이 선출되는 시장의 시정에 부담으로 남아서도 안된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는 우리의 일상에 공공성을 더하는 작은 변화인 것이다.


우의정 메타건축 대표(한양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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