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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 코로나 극복 위한 ‘28만 시민 마스크 권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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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으로 보여주는 나눔과 연대의 가치
내가 한 기부로 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말까지 마스크 100만 장 목표

순천시, 코로나 극복 위한 ‘28만 시민 마스크 권분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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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이형권 기자] 전남 순천시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자 지난 20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순천시에서는 지난 7일부터 25일까지 19일간 마을, 직장, 학교, 가족 등 일상생활 속 감염으로 92명이 감염됐다.

이는 지난 8월 1차 위기 때(30일간 64명)보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며 얼마 남지 않는 수능으로 시민들은 더욱 불안해했다.


순천 시민들은 “혹시 나 때문에 학생들의 3년의 공부가 물거품이 될까 봐 염려스럽다”며 “이제는 집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다”며 코로나19 불안감 속에서 지난 며칠을 보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순천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과 함께 코로나 극복 28만 순천시민 ‘마스크 권분운동’을 시작 연말까지 마스크 100만 장을 기부받아 28만 시민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시가 마스크 권분 운동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개인, 기업, 단체 등에서 마스크 25만 9000여 개를 접수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익명의 기초생활수급자가 그동안 모은 10원짜리 동전을 기부하는 등 마스크를 기부한 시민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오천동에 사는 조미라 씨는 우연히 마스크 기부운동을 한다는 순천시장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 아이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경험을 선물하고자 마스크 기부운동에 동참했다고 한다.


조 씨는 “우리 아이들이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성장하길 바라며 또 그런 사회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며 “6살, 5살 남매와 함께 마스크 포장지를 직접 그려서 전달했다”고 말했다.


대전에 사는 김동현 씨는 조카가 전해준 용돈을 모아 마스크를 기부했다.


조카는 9급 공무원으로 지난 20일 첫 월급을 탔다.


조카가 한턱낸다고 해서 고향 어머니 집에 가족들이 모였고 할머니와 큰아빠, 작은 아빠에게 각 10만 원, 두 분 고모에게 각 5만 원씩을 감사의 표시로 용돈을 드렸다.


김 씨는 조카의 150만 원 남짓한 월급에서 40만 원이란 돈이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었기에 의미 있게 쓰고 싶어 가족들과 의논해 10만 원을 더 보태 순천시의 마스크 기부운동에 가족 이름으로 기부했다.


순천장애인재활시설인 미라클센터에서 일하는 이정근 씨는 14명의 동료와 함께 10만 원을 모아 순천시에 마스크를 기부했다.


이 씨는 “코로나19로 근로 장애인들 마음에도 상처가 됐지만, 다시 힘을 내어 우리 순천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모았다”고 말했다.


남제동 거주하는 신근주 씨는 장애인이자 차상위 계층이다.


폐지를 수집하며 홀로 어렵게 살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13년부터 매월 2~3만 원씩 후원금을 남제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마스크 기부에 사용에 달라고 꼬깃꼬깃 구겨진 돈을 주시며 “머시라도 주고 싶은께, 넘들 보태 주고 사는 것이 좋아”라고 했다.


순천에서 인근 군청에 출퇴근하는 정종재 씨는 올해 송년회를 어떻게 할까 고민 중이다.


정 씨는 “올해는 코로나 확산으로 모두 연말연시 모임을 자제하라고 하는데, 매년 연말이면 밤늦게서야 술에 취해 집에 들어갈 때면 아이들이 ‘아빠 어디 갔다 와’하고 묻는데 할 말이 없어요. 제가 총무로 있는 모임만 2개나 됩니다. 회장님과 상의해 모임을 취소하는 대신 마스크 기부운동에 참여할까 생각”하고 있다며 아이들한테 “마스크 기부하러 자원봉사센터에 갔다 왔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 5월 국제자선단체인 영국자선지원재단(CAF)의 세계 나눔지수(World Giving Index)조사 결과 지난 2009∼2018년 10년 누적 기준으로 한국의 기부지수는 34%로 126개국 중 38위다.


한국과 기부지수 점수가 비슷한 국가로는 우즈베키스탄(35%), 파라과이(34%), 레바논(33%) 등이 있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순위는 중하위권에 머문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해 사회조사 결과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25.6%)은 기부 경험이 없는 사람(74.4%)에 비해 3배 적었다.


사람들이 기부를 안 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 것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51.9%)로 조사됐다.


500원을 기부하면 친구에게 마스크 1개를 줄 수 있으며, 1만 원을 기부하면 나의 이웃 20명에게 마스크를 선물할 수 있다.


마스크 1개는 손바닥 한 개 정도로 작지만 가장 강력한 백신을 선물하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집단면역력을 높일 수 있고 마스크 착용은 겨울철 독감과 코로나19 예방이라는 효과와 함께, 방한 효과를 주기도 한다.


현재와 같은 무증상자 증가 추세에서 나도 보호하고 타인도 보호할 수 있다.


평상시 잘 쓰고 다니다가도 깜빡 잊고 외출했을 때 공공기관이나 다중이용시설에 들어가면 누구든지 마스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즉 내가 기부한 마스크를 내가 사용할 수 있다.


마스크 기부는 거창하거나 돈이 많아야 가능한 것이 아닌 바로 옮길 수 있는 행동으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소중한 지역사회 나눔과 연대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허석 시장은 “나눔의 신비는 촛불처럼 다른 촛불에 불을 옮겨주어도 그 불빛이 사그라지지 않는다”며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시민들의 기부금으로 6차에 걸쳐 권분 상자를 5500명의 취약계층에게 희망을 줬듯이 이번 2차 위기는 마스크 권분 운동으로 위대한 순천시민의 힘을 다시 한번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스크 기부는 개인이나 단체 등 누구나 동참 가능하며 순천시자원봉사센터에 연락하거나 시청 출입구 및 읍·면·동 민원실 기부함에 기부하면 된다.


마스크 기부 시 지정기탁서를 함께 제출하면 기부금 영수증도 발행해줘서 연말정산 시 소득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호남취재본부 이형권 기자 kun578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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