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이게 무슨 성기구냐!" 리얼돌 '질막'까지…여성들 '분통'(종합)

최종수정 2020.11.26 14:06 기사입력 2020.11.26 14:06

댓글쓰기

일부 리얼돌에 여성 '질막' 옵션으로 넣고 판매
'질막'은 '처녀막'으로 표기…질막 있으면 더 높은 가격
일부 남성들 '처녀막 있어야 순결한 여자' 여성관 반영 지적

한 남성이 리얼돌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한 남성이 리얼돌을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건 단순한 성기구가 아니잖아요." , "명백한 여성 인권 침해 아닌가요"


일부 리얼돌 판매 업체에서 여성의 '질막'까지 리얼돌에 만들어 판매하면서 여성들 사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질막'은 리얼돌을 구매하는 사람이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질막이 있는 리얼돌을 구매하는 경우 제품의 가격은 더 올라간다.

업체는 이 질막을 '처녀막'이라고 설정, 판매하고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리얼돌 자체도 문제지만 소위 '처녀막'이 있는 리얼돌의 경우 극단적 성적 대상화라며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는 리얼돌은 남성들의 환상을 위한 도구라고 비판했다.


한 리얼돌 업체가 판매하고 있는 구매 조건을 보면 구매자는 '질막'을 선택할 수 있다. 질막은 '처녀막'으로 표기되어 있고 이를 선택하면 구매 가격은 더 올라간다. 질막이 있는 리얼돌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처녀막이 있는 여성을 순결한 여성이라고 보는 남성들의 환상을 리얼돌에 그대로 반영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역겹다' , '이해할 수 없다' , '명백한 여성 인권 침해다'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0대 여성 회사원 이 모 씨는 "애초에 리얼돌을 단순한 성기구로 보고 수입을 허용한 국가의 잘못이다"라면서 "이제는 리얼돌에 질막 존재 여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상황까지 왔다"면서 "누가 이걸 단순 성기구로 생각하겠나, 여성 인권 침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질막은 또 처녀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남자들의 환상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꼴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30대 여성 직장인 김 모 씨는 "리얼돌도 문제지만 이제는 아예 옵션을 넣어서 장사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질막이 있는 리얼돌을 선택하는 남성들은 평소 여성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묻고 싶다"면서 "이건 단순 성인용품을 넘어 평소 남성들이 여성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하나의 증거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20대 대학생 여성 이 모 씨는 "결국 여성의 질막까지 돈을 받고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런 상황이 리얼돌이 성기구가 아닌 남성들의 잘못된 여성관을 채워주는 도구인 증거다"라면서 "하루 빨리 리얼돌 판매에 대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리얼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리얼돌.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 논란의 리얼돌, 법원은 어떻게 보고 있나


애초 리얼돌은 국내에 수입이 불가했다. 그러나 한 업체가 법원에 소송을 냈고 1·2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결국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9월27일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 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A 사는 일본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지난 2017년 5월 인천세관에 수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세관은 같은해 7월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렸다.


A 사는 수입을 허가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1심 법원에선 세관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 법원에서 판결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 법원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2심 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리얼돌에 대해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그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준다"고 인정하면서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따라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면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며 "나아가 이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판매 금지 청원글. 26만명이 넘는 서명을 받고 종료됐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리얼돌 수입·판매 금지 청원글. 26만명이 넘는 서명을 받고 종료됐다.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 靑 국민청원도


그러자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대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 왜곡하지 않는다면 수입을 허용했다"면서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떴으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 궁금하다"면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가졌지만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겠느냐"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법원 판결 이후 리얼돌은 판매 과정에서 각종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과거 한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 입점한 A 업체는 120cm 수준의 리얼돌을 판매하다 초등생과 유사한 리얼돌이 아니냐는 항의를 받고 판매를 중지한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리얼돌 업체에서는 구매자의 지인과 닮은 일종의 '맞춤형 리얼돌' 제작이 가능하다고 홍보를 해, 여성들 사이에서 집단 비난을 받았다. 여성들은 "내가 허락하지 않아도 누군가 내 사진이나 영상을 확보해 리얼돌 업체에 주문 제작을 맡기면 나와 비슷한 체형의 리얼돌이 제작, 누군가의 성적 대상으로 쓰인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해 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해 9월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편 전문가는 리얼돌은 결국 남성 중심 사회에서 통용되는 여성상이라고 지적했다.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을 통해 "여성과 닮아 보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남성의 성적 환상을 충실히 담아내는 남성 욕망의 빈 그릇"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인형은 일방적으로 예뻐해 주고 귀여워해주며 사랑해주는 대상임과 동시에, 언제든 맘에 들지 않으면 짓이거나 훼손 가능하며 대체, 폐기 가능한 취약성을 의미한다"며"인형 위상은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여성이 갖는 위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