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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도 감정있는 생명인데" 동물실험, 정말 필요할까? [김수완의 동물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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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험동물로 희생당한 동물 371만 마리
동물실험시설 처리 동물사체량 5년새 2654톤
전문가 "동물실험 중단 위해 대체 방안 찾아야"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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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화장품, 신약·백신개발 등 각종 인간을 위한 도구를 만들기 위해 동물실험이 여전히 자행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동물실험을 할 경우 대체, 축소, 고통완화 등 기본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등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나 연구윤리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는 동물실험은 비과학적일 뿐만 아니라 비인도적인 행위이므로 대체 방법을 찾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비글 학대 실험' 논란...동물실험 비윤리 행위 도마 올라

실제 지난해에는 서울대 수의대에서 학대 수준의 과도한 동물 실험이 의심되는 사건이 발생해 동물실험 비윤리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앞서 동물보호단체인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 연구팀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은퇴한 검역 탐지견을 실험하고 학대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2013년부터 5년 동안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에서 검역 탐지견으로 일하던 메이와 천왕이, 페브 등 탐지 사역견 세 마리가 은퇴 후 지난해 3월 서울대 수의대로 돌아가 실험에 이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 수의대에 대한 '동물실험 윤리 감사 기간' 검역본부로 잠시 맡겨진 메이는 아사 직전의 앙상한 상태였다. 당시 메이의 생식기는 비정상적으로 튀어나왔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급여한 사료를 정신없이 먹다 코피를 쏟아내기도 했다. 결국, 메이는 지난해 2월 결국 폐사했다.


메이의 처참한 모습이 언론 등에 공개되자 동물실험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단체는 이 교수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현재까지도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함.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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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동물실험 371만마리...3R 기본원칙도 안 지켜져


상황이 이럼에도 동물실험에 이용되는 실험동물의 수는 해마다 늘고 있다. 최근 검역본부가 실시한 '실험동물 보호복지 관련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실험동물로 사용된 개체 수는 약 371만2380마리로 집계됐다. 실험동물 수는 △2010년 132만8000마리에서 △2012년 183만4000마리 △2014년 287만8000마리 △2018년 372만7000마리로 매년 4∼22.6%까지 증가했다.


실험에 사용되다 결국 죽음에 이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동물실험시설이 처리한 동물 사체량은 총 2654톤이었다.


이 가운데 전국 대학 병원 연구소에서 실시되는 동물실험과 관련 연구윤리문제는 매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동물실험을 할 경우 기본원칙인 3R 원칙이 지켜져야 하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3R 원칙은 최대한 비동물 실험으로의 대체(Replacement), 사용 동물의 수 축소(Reduction), 불가피하게 동물실험 진행시 고통의 완화(Refinement) 최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각 대학 내의 실험동물 공급 관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실험동물에 대한 비윤리적 실험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 실험동물은 유기·유실 동물을 대상으로 해선 안 된다는 조항이 있으나, 불법으로 동물을 구입해 실험을 해도 처벌하기 어렵다. 실험에 동원된 동물이 유기동물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 적발이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적발 이후 이를 처벌할 법적 근거도 미흡하다.


지난 4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동물실험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월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동물실험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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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물권 단체 "비윤리적, 비과학적 동물 실험, 이제 그만"


이렇다 보니 아예 동물실험을 중단, 대체할 방안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실험은 명백히 비윤리적, 비과학적인 행위라는 이유에서다.


한국동물보호연합과 '비건(vegan)을 지향하는 시민'은 '세계 실험동물의 날'인 지난 4월2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동물실험 가운데 3분의 1 이상은 마취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가장 극심한 고통, 통증을 유발하는 이른바 'E등급'의 실험이다. 매년 동물 130만 마리가 고통스러운 학대, 착취 속에 죽어간다"며 "미국, 유럽연합 등에서는 동물 실험보다 동물 대체 시험법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비윤리적, 비과학적인 동물 실험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동물실험에 대한 비판은 다른 나라에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영국 동물실험반대협회(National Anti-vivisection Society)는 지난 1979년 '실험동물의 날'을 지정, 현재까지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은 동물 실험보다 동물 대체 시험법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포유동물에 대한 실험을 2025년까지 30% 감소하고, 2035년까지 모두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는 우리나라 연구기관 등은 세계적인 추세와 반대로 동물실험 만능주의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동물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방적인 고통을 주는 동물실험은 명백한 비윤리적 행동"이라면서 "또 동물실험을 거쳤어도 인간에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으므로 비과학적인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동물실험에 집착하고 있다. 동물 실험을 고집하는 과학자들, 실험을 진행해도 책임을 면제받는 기업들, 이에 대해 무지한 정부가 동물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이미 연구나 제품개발에 있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추세로 가고 있다. 우리도 이 흐름에 맞춰 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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