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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할 수 없는 비극" 요양병원 어떻게 코로나 '약한 고리'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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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요양시설,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
환자 넘치는 병실·인력 부족이 위기 키워
전문가 "노인 건강권 총체적 제고 필요"

53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전수검사를 위해 지난 15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53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전수검사를 위해 지난 15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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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전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노인 요양시설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낙후된 시설,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방역 수칙을 지키기 어렵고, 환자 대부분이 고위험군이라 치명률이 높은 탓이다. 코로나19가 노인 보건에 무관심했던 우리 사회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병실당 침대 10개 넘는 요양시설 전국 401곳…코로나19 방역 '약한 고리'

지난 14일 부산 북구 만덕동 해뜨락 요양병원에서는 5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해당 병원 첫번째 확진자는 바로 전날(13일) 나왔다. 이날 간호조무사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후 병원 관계· 환자 등 총 278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53명의 검체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특히 해당 병원 환자들은 중풍·치매·뇌졸중 등을 앓는 60~80대 고령층 165명이 입원한 것으로 확인돼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시설이었다. 실제 지난 15일까지 병원 내 확진자 53명 중 2명이 사망했다.


이렇다 보니 요양병원 등 노인 보건시설이 코로나19 방역의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169명 중 142명(12.1%)은 요양병원에서 집단감염 됐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환자가 많아 마스크 착용이 어려운 점, 열악한 시설과 근무 환경 등이 요양병원을 특히 취약하게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지난 14일 부산시는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해뜨락 요양병원 집단감염에 대해 "입원 환자 절반 가량이 치매 증상으로 인지력이 떨어지는 분들"이라며 "마스크를 잘 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18일 서울 성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구청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18일 서울 성동구 한 요양병원에서 구청관계자들이 방역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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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명 이상이 공동 생활하는 협소한 병실 공간도 문제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 중 한 병실당 병상 14개가 넘는 시설은 401곳으로 파악됐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신축된 요양병원은 한 병실에 침대를 6개 이상 둘 수 없도록 돼 있지만, 기존 시설은 이 기준을 따를 의무가 없다.


또 대부분 요양병원에서는 한 명의 간병인이 여러 명의 환자를 담당한다. 만일 외부에서 감염된 간병인이나 직원이 단 한 명이라도 시설 내부로 들어오면 삽시간에 다른 환자 수십명에게 바이러스가 퍼질 위험이 있는 셈이다.


◆美·유럽도 요양시설 감염 위기…"이곳은 시체 매립지"


요양병원 내 집단감염 문제로 곤혹을 치른 나라는 한국 뿐만이 아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요양시설 내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가 특히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는 전체 사망자 3만여명 중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1만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요양시설에서 발생했고, 영국에서도 지난 3월2일부터 6월12일까지 1만8562명의 코로나19 관련 사망자가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지난달 16일까지 약 7만7000명의 요양시설 직원 및 환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상태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 사망자 중 약 40%에 이른다.


이에 대해 벳시 맥코헤이 전 뉴욕주 부주지사는 NYT와 인터뷰에서 "요양시설은 코로나 이전부터 이미 만원 상태였다. 환자가 넘치는데 반해 직원은 현저히 부족했다"라며 "단 한 명의 환자만 요양시설에서 감염되도 대학살(carnage)이 발생한다. 이곳은 마치 시체 매립지 같다"라고 토로했다.


지난 7월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유나이티드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유나이티드 메모리얼 메디컬센터에서 의료진이 코로나19 환자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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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클루지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지부 대표도 지난 5월 한 기자회견에서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절반 가량은 요양시설에서 나왔다. 상상도 할 수 없는 비극"이라며 "각국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요양 시설들에 대한 관심을 쏟아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전문가 "코로나 이후 노인 돌봄 비용 논의 필요"


전문가는 국내외 요양병원이 항상 감염병에 취약한 상태였다면서, 노인 건강권에 대한 장기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정희원 서울대 의대 교수는 지난 6월 보건복지부 개최된 '고령사회포럼'에서 "미국은 전체 사망자의 3분의 1, EU 국가들은 약 2분의 1이 요양원에서 발생했다"며 "국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다인실이 압도적으로 많아 인구밀도가 높고, 한 간병인이 여러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환경이 취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방역과 치료에 많은 자원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작 코로나19에 걸리든 걸리지 않든 건강수명과 삶의 질 감소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이들은 노인"이라며 "노인 건강권에 대한 총체적 제고, 그리고 코로나 이후 늘어날 사회적 돌봄 부담의 증가를 어떻게 예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국내 요양병원·시설 근로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해 추가 집단감염 위험을 조기 차단할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지난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된 브리핑에서 "요양병원 종사자, 데이케어센터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려고 한다"며 "지자체에 촉구해 늦어도 다음 주에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 대상은 이들 시설 종사자들로, 입원환자를 전수검사에서 빼는 이유는 신규 입원 시 검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반면 종사자들은 지역사회와 시설 간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기 대문에 잠복감염이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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