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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法이 촉발한 '전세 혼돈의 시대'…정부·여당 "보완 검토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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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임차인 간 힘의 균형 붕괴…2·4년 마다 바뀌는 갑·을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홍 부총리, 매수인에 배액배상 가능성
야당 "피해 사례 접수 중…대안입법 마련하겠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18주째, 전셋값은 67주째 상승세를 이어간 8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전세값은 0.08% 올라, 전주 상승폭 대비 0.01%p 줄어드는 데 그쳤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서울 아파트 가격이 18주째, 전셋값은 67주째 상승세를 이어간 8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1%, 전세값은 0.08% 올라, 전주 상승폭 대비 0.01%p 줄어드는 데 그쳤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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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장세희 기자, 문제원 기자] #석 달 이상 서울 시내를 뒤진 끝에 당초 계획보다 50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아파트 전세 계약을 마친 직장인 김모씨. 집주인의 요구로 재직증명서 등 통상 계약에 필요 없는 서류까지 제출한 데다 까다로운 세입자로 여겨질까 봐 계약서에 최소한의 권리 보장을 위한 특약 조항 한 줄 쓰지 못했다.


#경기 수원 소재 아파트를 보유한 박모씨. 막 준공된 신축을 시세 대비 2억원가량 낮은 값에 전셋집으로 내줬지만 세입자는 내년 3월 계약 만기를 앞두고 이사비와 복비 흥정을 시작했다. 1월께 이사를 약속했다가 다시 말을 바꾼 것이다. 자금 조달을 시작으로 박씨의 모든 일정과 계획은 꼬이게 됐다.

세입자의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임대차보호법이 '전세 계약'이라는 한국 고유의 임대시장을 뒤틀고 있다. 오랜 기간 전세 제도를 지탱해온 임대ㆍ임차인 간 힘의 균형을 정부가 갑자기 붕괴 시키면서다. 정부와 여당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갈등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입법이나 보완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15일 부동산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2개월 여가 지나면서 임대ㆍ임차, 매매시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박씨와 같이 임대차 계약 만기와 함께 이사를 가겠다던 기존의 결정을 번복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세입자가 촉발하는 문제다. 관련 정책의 수장인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유사한 상황에 놓여 경기 의왕 소재 아파트 매매 계약이 불발 될 위기에 처했을 정도다.


부동산 중개시장에서는 세입자가 잡음 없이 집을 비우는 조건으로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의 이사 비용을 요구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 종로구의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세입자가 최근엔 아주 자연스럽게 이사비 얘기를 꺼낸다"면서 "과거 임대인의 과실이나 계약 불이행이 있을 때나 나오던 얘기인데, 현재는 양쪽 모두 크게 불편해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계약상 우월한 입지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소위 '갑질' 행태는 임대인에게서도 나타난다. 전셋집을 구하는 수십 명을 집 앞에 줄 세워 사실상 면접장 풍경을 연출하거나, 소득 및 재직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세입자가 어떤 사람이냐가 임대차 계약에서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줄이려는 차원에서 집주인들도 까다로워지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갑을 관계가 2년, 4년마다 뒤집히는 것이기 때문에 불편한 상황은 더욱 빈번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 전셋집도 구해줘야 할 판"이라는 하소연까지 나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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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계약이 소송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홍 부총리의 매매 계약 갈등 사례처럼 예기치 못한 세입자의 권리 행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될 경우 매수자는 매도인인 홍 부총리에게 계약금 배액배상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매도인이 매매목적물(집)을 권리 제한 없이 인도해야 하는데 임차인이 나가지 않으면 결국 채무불이행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이 경우 약정에 따라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통상 배액배상을 요구할 수 있고, 때에 따라 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당사자 간 큰 혼란이 예고된 상황이지만 정부와 여당은 최근 노출되는 시장 혼란에 대해 추가적인 법적 대안 마련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법무무와 함께 민원 추이와 내용을 보면서 해석의 문제가 있다면 추가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분쟁조정위원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법령 개정 등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로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로 집을 팔기 곤란해졌다는 민원이 많다"면서 "세입자가 당초 결정을 번복하면 원칙적으로는 인정되지 않지만, 세부적인 논의 전개 내용을 다 알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야당에서는 시장 혼란 사례를 취합해 임대인ㆍ임차인ㆍ매수인을 모두 보호할 수 있는 종합적인 대안 입법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 관료 출신인 송석준 국민의힘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시장에서 각종 피해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당 차원에서 계속해서 피해 사례를 접수 중이고, 유형별로 분석해 대안 입법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장세희 기자 jangsay@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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