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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만 낳는 K5방독면 방산업체 추가 지정

최종수정 2020.09.21 07:01 기사입력 2020.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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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만 낳는 K5방독면 방산업체 추가 지정


[법무법인 신영 송기출 변호사]K5방독면은 ㈜산청(현재 한컴라이프케어)의 연구개발 성공으로 2016년부터 우리 장병들에 보급되고 있다. 정화통이 2개인 K5방독면은 정화통 교체하는 과정에서도 가스 유입이 자동차단되도록 하는 특허기술을 적용하여 생존성을 극대화했다. 그 밖에도 안경착용자도 사용이 가능하며 탈부착이 쉬워져 화생방 상황 시 전투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K5방독면은, 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M50방독면을 모델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된 제품이다. 오히려 성능 면에서는 M50방독면 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AVON사가 M50방독면을 개발하는데 1억달러를 투입한 반면 한국정부(소관청은 방위사업청)는 K5방독면 연구개발에 성공한 개발업체에 불과 32억원만을 했다. 적은 투자 비용으로 엄청난 연구개발 결과를 낸 것은 개발업체의 특허기술(정화통 교체시 가스유입 자동차단)을 적용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업체는 M50 방독면 기술협력의 대가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요구하는 AVON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회피설계를 통해 자체 보유 특허기술을 확보한 후 이를 K5방독면에 적용했다. 이 업체의 보유특허기술은 미 AVON사의 특허침해 의혹없이 신형방독면을 개발하기 위한 필수불가결의 전제요건이었기에 방위사업청 역시 연구개발과정 및 국방규격 제정과정에서 산청의 보유특허기술의 적용을 반복하여 확인했다.

통상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성공하면 해당 무기체계를 방산물자로 지정하고 연구개발업체를 방산업체(해당 방산물자를 생산할 수 있는 자격)로 지정한다. 결국, 연구개발업체는 연구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자신이 개발한 무기체계(방산물자)을 독점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법률상 지위(방산업체)를 확보하여 양산단계에서 실발생 비용 보전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업체들이 상당한 손실을 감수하고도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 무기체계 연구개발에 성공한 개발업체들은 방산물자로 지정된 해당 무기체계의 생산, 개조, 개량, 정비 등을 도맡아 처리해 오고 있다. 군 입장에서도 검증된 연구개발업체로부터 양질의 제품을 공급받는 것이 안정적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시장경쟁원리 확대 도입 차원에서 방산업체 추가 지정이 활성화하게 된다. 다만 방산업체 추가 지정은 군사전략상 지역분산, 적기 공급, 방산업체 교체 필요성, 가격 및 품질 강화 등의 특별한 사정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실무상 방산업체 추가 지정은 연구개발 이후 초도, 후속 양산을 거쳐 방산물자의 엄격한 품질보장 및 양산 안정화가 달성된 시점 이후 소요군의 입장과 의사 확인 하에 진행되고 있다. 결국, 방산업체 추가 지정은 국방규격 제정 이후 개발 및 생산시설 구축에 투자한 연구개발업체(기존 방산업체)의 비용회수가 가능한 수 차례에 걸친 양산 납품 이후에 수급과 품질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통해 이루어 지고 있다.


실제 구형 K1방독면은 삼공물산이 1983년부터 생산을 전담해 오다가 23년이 지난 2006년 국민방독면 사건을 계기로 원활한 방독면 공급을 위해 추가 방산업체 지정이 이루어졌다. 소총의 경우에도 S&T모티브가 1973년부터 방산업체로 지정되어 소총 개발과 생산을 전담해 오다가 43년이 지난 2016년에서야 다산기공이 K1, K1A, K2, K2C1, K3 등 군 주력 소총에 대한 추가 방산업체로 지정됐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은, 산청이 정부의 이자 차액 보전 하에 200억원이 넘는 설비투자를 통해 군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양산능력을 갖춰 초도양산계약을 진행 중인 상황에서, CJ계열사인 SG생활안전(구 삼공물산)에 대한 방산업체 추가 지정을 강행했다. 심지어 방위사업청은 산청에 대한 방산업체 지정도 이루어지기 전부터 SG생활안전에 대해 K5방독면 규격자료를 무단 공개했다. 이는 대기업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특혜(위험을 무릎쓰고 연구개발에 성공한 결과를 대기업 자본으로 가로채는 효과)를 부여하는 것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다.


방위사업청의 갑작스런 방산업제 추가 지정에 대해 업체가 반발하자 방위사업청은 산청이 자신의 보유 특허기술을 몰래 K5방독면에 적용하였다는 취지의 형사고발을 하는 등의 전방위적인 법적 조치와 함께 K5방독면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 등의 압박을 통해 산청(한컴라이프케어) 보유 특허를 무상으로 취득한 후 곧바로 SG생활안전을 방산업체로 추가 지정했다. 그러나 위 추가 지정 당시 SG생활안전은 K1방독면 38만개 및 정화통 60만개 납품불량이 확인되었음에도 관련 하자보수도 이행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라 과연 SG생활안전이 K5방독면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었는지에 대해 합리적인 의문이 있었다.


K1방독면 불량납품 문제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다. 여하튼 SG생활안전이 K5방독면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로 추가 지정됨에 따라 2019년 11월 K5방독면 3차 양산은 한컴라이프케어와 SG생활안전 간의 지명경쟁입찰로 진행됐다. 방위사업청은 어떻게든 경쟁입찰이 성립되도록 하기 위해 3차례나 입찰에 부쳤지만 SG생활안전은 끝까지 입찰에 참가하지 않았다. 방위사업청은 어쩔 수 없이 한컴라이프케어와 유찰수의계약을 체결했다. SG생활안전은 정부의 요청이 있으면 K5방독면을 생산해야 하는 방산업체임에도 그 생산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생산능력을 갖추고도 지명경쟁으로 진행되는 입찰에 참가하지 않는 방산업체는 실무상 없다. 방산업체가 방산물자 공급을 기피하면 방산업체 지정취소 사유가 될뿐더러 방산업체간 담합이 있는 것으로 의심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위사업청은 지명경쟁입찰에 참가하지 않은 SG생활안전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생산능력도 갖추지 못한 SG생활안전을 방산업체로 무리하게 지정한 책임이 드러나는 것을 감추고자 했던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공교롭게도 위 입찰이 있고 나서 2020년 1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3년에 걸친 수사 끝에 산청이 보유 특허의 적용을 숨기지 않았고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이 관련 특허의 적용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로 산청 관계자들에 대하여 혐의없음 결정을 내렸다. 위 수사결과는 방위사업청의 형사고발이 애초에 허위사실을 근거로 이루어진 무고였음을 공식 선언한 의미가 있다. 이쯤 되면 감사원 감사 및(또는) 검찰 수사를 통해 K5방독면 방산업체 추가 지정을 둘러싼 실체 진실을 분명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무기체계 연구개발의 활성화를 위해 방산업체 추가지정 시점과 요건에 대한 제도개선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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