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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산책] 알맹상점 - #포장재 NO!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팔아요

최종수정 2020.09.17 13:16 기사입력 2020.09.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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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포장재 반대…‘착한소비’ 추구
대나무 칫솔·도자기 빨대 등 친환경 제품
‘리필 스테이션’ 용기 가져와 샴푸 담아가
재활용품 재탄생되는 ‘커뮤니티 회수센터’
인스타 팔로워 1만5000명…20·30에도 인기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샵 '알맹상점'. 알맹이를 형상화한 간판이 눈길을 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샵 '알맹상점'. 알맹이를 형상화한 간판이 눈길을 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플라스틱에 신음하는 거북이, 비닐에 휩싸인 갈매기, 실에 다리가 묶인 비둘기.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로 고통받는 동물들의 모습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다. 특히 우리가 매일 쓰는 일회용 마스크와 물건을 사면 당연히 따라오는 일회용품들은 이들의 헐떡이는 신음을 더 가파르게 만드는 중이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눈물을 닦아 보자며 만든 상점이 있다. 불필요한 포장재에 반대하며 환경적 책임을 중시하는 곳이다. ‘착한 소비’를 추구하는 인스타그래머들 사이에서도 단연 인기가 높다. 쓰레기 없는 세상을 꿈꾸는 곳, 서울 마포구에 자리 잡은 제로 웨이스트(zero-waste)샵 ‘알맹상점’이 그곳이다


지하철 6호선 망원역 2번 출구에서 나와 5분 남짓 걷다 보면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독특한 문구가 쓰인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호기심을 품고 문을 열면 손님들이 남긴 방명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플라스틱을 자제하겠다는 다짐부터 쓰레기들을 재탄생시켜줘서 고맙다는 인사말까지 가게에 고마움을 표하는 이들의 메시지가 가득하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들어서면 친환경과 관련한 것들로만 꾸며져 있다. 한가운데 자리한 진열대에는 대나무로 만든 칫솔부터 도자기 빨대, 빨아 쓸 수 있는 면 마스크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됐다. 그 흔한 플라스틱 용기는 물론, 비닐 또한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알맹상점’은 3인의 공동대표 금자(고금숙), 은(이주은), 래교(양래교)가 함께 꾸린 공간이다. 자신을 ‘알짜(알맹이만 원하는 자)’라고 소개한 이들은 지난 6월 합정동에서 제로 웨이스트숍을 오픈했다. 일회용품 등 쓰레기 최소화 운동을 실천하기 위한 이들의 작은 소망이 모여 탄생한 공간인 셈이다. 이주은(30) 공동대표는 이곳을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대안적인 물품을 판매하고, 다양한 제품을 리필해갈 수 있는 장소”라고 소개했다.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를 소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알맹 커뮤니티 회수센터'를 소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가게는 그 이름에 걸맞게 포장되지 않은 ‘알맹이’만을 판매한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알맹이를 담기 위해 집에서 직접 유리 용기나 에코백을 가져온다. 환경을 위해 사소한 불편함을 감수하는 셈이다. 손님들은 가져온 용기에 샴푸, 세제 등을 필요한 만큼 담고, 그 양에 따라 값을 지불한다. 용기를 뺀 내용물의 무게만을 측정하기에 손님들은 말 그대로 ‘알맹이’만을 구매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이를 ‘리필 스테이션’이라 표현했다. “알맹이만을 구입하기에 플라스틱 용기 등의 사용은 자연스레 줄어든다”며 “외국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익숙하지만, 한국에서는 이제 도입돼 재밌어하는 손님들이 많더라”고 귀띔했다. 화장품은 물론 세제, 각종 차 종류 등 다양한 품목을 리필할 수 있단다.


‘커뮤니티 회수센터’ 또한 가게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가게는 병뚜껑 등 버려지고 있는 자원들을 손님들에게 기부받아 새로운 물건으로 재탄생시킨다. 커피 찌꺼기는 화분과 연필로, 병뚜껑과 빨대는 치약짜개로 변한다. 쓰레기로 치부될 물건들이 한데 모여 생활에 필요한 물품으로 거듭나는 현장이다. 특히 이 중 일부는 재활용품을 기부한 주민들에게 돌려준다고 하니 손님들은 환경을 도우면서 동시에 선물도 받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대표는 알맹상점만이 갖는 경쟁력으로 ‘커뮤니티 회수센터’를 꼽았다. 그는 “손님들은 자신의 물건들이 재탄생하는 것을 보면서 자원이 순환하는 과정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회용 빨대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진열돼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다회용 빨대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들이 진열돼있다. 사진=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그러나 이들의 시도를 모두가 반겼던 것은 아니다. 과거 알맹상점은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기 위해 망원시장 내 상인들에게 에코백 등을 나눠줬다. 그러나 반응은 뜨악했다. 이 대표는 “상인들에게 환경을 왜 보호해야 하는지 등을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며 “상인들 입장에서는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게 더 편하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계속되는 요구에 시장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일부 상점들이 환경보호 취지에 동의하면서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손님에게 대여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 대표는 “알맹상점 손님들에게 기부받은 에코백이나 유리 용기들을 주기적으로 상인분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면서 “쓰레기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가게의 노력은 20·30세대 사이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이 대표는 “가게를 개업할 때만 해도 30~40세대의 주부들이 주 소비층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리뷰 등의 추세로 봤을 때, 20·30세대 사이에서 월등히 인기가 많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길어지면서 저희 가게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맹상점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현재 1만5000여 명이 넘는 팔로워를 자랑하고 있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통해 커다란 변화를 꾀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환경 문제를 지속해서 제기하면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다. 인식이 변하면 자연스럽게 환경 관련 규제책도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환경 보호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모르는 이들에게 “플라스틱과 같은 일회용품보다는 다회용품을 사용하는 등 조금 더 귀찮고 수고스러운 일들을 시작해보는 것만큼 좋은 시도는 없다”고 조언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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