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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인데" vs "예의 지켜야" 안희정 모친상 조문 논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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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모친상 빈소에 정치인 조문 이어져 일각서 비판
정의당 "직책 걸고 조화 보낸 행동 부적절"
'사람 사이 예의' 지켜야 한다는 반론도
일부 누리꾼, 김지은 저서 구매하며 '연대 행동'

지난 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희정 전 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조화가 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희정 전 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의 조화가 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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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모친상 빈소에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이 조화를 보내온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왔다.


이들은 '위계에 의한 성폭력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인물에게 조화를 보내는 행동은 자칫 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죄가 미워도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며 옹호하는 목소리도 나와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지난 4일 모친상을 당한 안 전 지사는 하루 뒤인 5일 형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임시석방됐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에는 문 대통령을 포함해 박병석 국회의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보내온 조기와 조화가 놓였고, 여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모습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성급한 행동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지난 6일 논평을 내고 "안 전 지사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 사건 가해자로 대법원에서 3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민주당 대표, 원내대표,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걸고 조화를 보낸 이 행동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정치인이라면 본인의 행동과 메시지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공당의 메시지라는 것을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여성 근로자 페미니스트 모임인 '국회페미'도 이날 '안희정 씨는 더이상 도지사가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조화·조기 등을 의원 개인 비용으로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의 모친상을 개인적으로 찾아 슬픔을 나누는 것은 당연한 도리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안 씨는 더이상 충남도지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 정당, 부처 이름으로 조의를 표해선 안 된다"며 "조화와 조기 설치 비용은 국민의 혈세나 후원금으로 치러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5일 오후 광주교도소를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검찰이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안 전 지사는 9일 오후 5시까지 일시 석방됐다. / 사진=연합뉴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5일 오후 광주교도소를 나서 차량에 오르고 있다. 검찰이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안 전 지사는 9일 오후 5시까지 일시 석방됐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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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각에선 이같은 비판이 너무 가혹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정의당 참 못됐다"며 "철천지원수 간에도 상을 당하면 조의를 표하는데 안 전 지사 모친상에 조화 보냈다고 비난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친문 성향인 전우용 한국학중앙연구원 객원교수는 같은날 문 대통령이 과거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 빈소에 조화를 보낸 사실을 지적하며 "과거 미래통합당 조차도 '뇌물 받고 극단적 선택한 사람 빈소에 대통령 직함을 쓴 화환을 보냈다'고 비난하지 않았다"며 "죄가 미워도 인간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안 전 지사 조문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시민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직장인 A(31) 씨는 "피해자의 편에 서겠다고 말하고서 제명시킨 사람에게 그런 식의 친근함을 보이면 아무래도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나"라며 "민주당이 비판받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B(27) 씨는 "개인적인 위로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자기 직위를 달고 조화를 보낸 것"이라며 "공직자로서 경솔한 행동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조의는 응당히 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반론도 있었다. 30대 회사원 C 씨는 "정치인 안희정이 아니라 사람 안희정의 모친상인 게 아니냐"며 "개인사가 정치적인 논쟁으로 비화하는 것 같아 좀 불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해 9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관련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해 9월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력 사건 관련 대법원의 상고심 판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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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일부 누리꾼들은 과거 안 전 지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사실을 고발했던 김지은 씨가 출간한 책 '김지은입니다'를 구매하는 이른바 '연대 행동'을 펼치기도 했다.


해당 저서는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 씨가 지난 2018년 3월5일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뒤 지난해 9월9일 대법원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544일간의 기록을 담았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이 책을 구매한 누리꾼들의 인증과 함께 성폭력 피해자를 응원한다는 메시지가 다수 올라왔다. '김지은입니다'는 지난 7일 알라딘 종합베스트셀러 6위 및 사회과학분야 1위를 기록했고, 교보문고 정치·사회분야 일간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안 전 지사는 지위를 이용해 김 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지난 2017년 7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러시아·스위스·서울 등에서 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또 여러 차례에 걸쳐 김 씨를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씨 진술을 믿기 어렵고 안 전 지사의 위력 행사가 없었다고 판단해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2심은 김 씨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김 씨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 원심 확정 판결을 내렸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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