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도 안 부러운 인기…미스터트롯, 광고계 빅스타 부상

과거 중장년층만 소비했던 비주류 '트로트'
새 소비층 1020 아우르는 매력
출연 가수들, 광고계 러브콜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지난 4일 오전 서울 합정역 역사 내 스크린 전광판. 여기에는 지난 몇 주간 '조명섭 공식 팬 밴드'가 게재한 가수 조명섭의 생일축하 문구와 사진이 떠 있었다. 아이돌 가수들의 전유물이었던 일명 '조공 전광판'이다. 팬덤 사이에서는 삼성역, 명동역, 홍대입구역, 합정역 등 인기 역사를 두고 눈치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지하철에 광고가 많이 걸릴수록 요즘 '대세' 스타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스터트롯 출신 스타들이 1060세대를 아우르는 인기에 광고계 빅스타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기존 트로트 주 소비층인 5060세대뿐만 아니라 10대 등 잠재 소비층에게까지 브랜드와 상품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리즈케이 코스메틱은 지난달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화장품 브랜드인 리즈케이 새 모델로 미스터트롯 우승자인 가수 임영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임영웅은 프로그램 제작 협찬사인 쌍용자동차 렉스턴 모델로도 활약하며 의류 브랜드 웰메이드의 바이럴 콘텐츠에도 등장한다.

전자랜드는 미스터트롯 출신 나태주를 브랜드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광고는 TV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전개된다. 태권도 그룹 'K타이거즈' 소속인 나태주는 광고에서 태권도 안무, 가창력을 선보이며 '으뜸효율 텐텐 페스타' 혜택을 소개한다.

사진=한국야쿠르트

일화는 최근 보리탄산음료 맥콜의 광고 모델로 미스터트롯에서 활약한 남승민을 기용했다. 남승민은 맥콜 광고에서 트로트 버전의 맥콜송을 직접 부른다.

조명섭은 유산균 발효 쌀 브랜드인 모던라이스의 모델이 됐다. 나이에 비해 구수한 말투로 '애어른'이라는 별명과 함께 '전통가요 지킴이' 등으로 불리는 조명섭은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아 광고 모델로 선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야쿠르트는 트롯맨들이 등장하는 '발효홍삼 발휘'의 신규 풋티지 광고를 선보인다. 풋티지 광고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영상을 활용해 만드는 광고다. 첫 버전은 임영웅과 영탁의 영상으로 제작됐다. 원곡 가수인 박군이 부른 '한잔해'에 맞춰 출연자 화면과 제품 먹는 장면을 교차 편집했다.

국내 트로트 열풍의 시초인 '미스트롯'에 이어 '놀면뭐하니 : 뽕포유'가 흥행을 거뒀고 미스터트롯으로 3구도가 완성됐다. 미스트롯 출신 가수 송가인과 유재석이 변신한 '유산슬'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세대를 아우르는 트로트의 인기는 빅데이터 분석으로도 입증됐다. 이노션월드와이드는 최근 '노래를 넘어 콘텐츠로 재탄생한 2020 뉴?트롯이어라~' 빅데이터 분석 보고서에서 2019년 '트로트' 관련 언급량이 전년 대비 1.8배 늘었다고 밝혔다. 검색량은 10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작년 1~12월 주요 블로그 및 카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생산된 약 24만건의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특히 20대와 30대 검색 비중이 각 34%, 28%로 젊은 세대 관심이 증가한 것으로 관측됐다.

광고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금처럼 영상 플랫폼들이 활성화된 가운데 특정 프로그램이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것은 업계 종사자로서 경이로울 정도"라며 "10대와 20대가 시청하지 않았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시청률로 광고시장에서 출연자들의 몸값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