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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 이건기 회장 "국내건설사 해외서 생존법 찾기…정부 지원 2배 늘려야"

최종수정 2019.12.09 11:08 기사입력 2019.12.0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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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 전단계부터 자금조달·보증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 지원 절실
1억 지원 땐 130개 일자리 창출, 130억 수주로 연결
주52시간 유예 특례 필요
내년 해외수주 300억달러 예상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해외건설협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해외건설협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해외로 나가는 건설사들을 위한 정부 지원 규모가 지금의 2배 정도는 늘어야 합니다."


건설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잇따른 정부 규제로 주택 사업이 꽉 막힌 데다 일감부족과 이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내수시장이 최악이다. 문제는 국내 사업이 막힐 때마다 업계의 숨통을 트이게 했던 해외 수주시장도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연말을 앞두고 있지만 해외 수주실적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30% 안팎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면초가다.


서울 중구 해외건설협회에서 만난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7월 협회 수장을 맡아 3년 임기의 절반 정도를 소화한 그는 그동안 기술력은 있지만 여전히 해외시장의 높은 벽을 실감하고 좌절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직접 확인했다. 대기업과 중소ㆍ중견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반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 협회가 국내 건설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한 해 54억원에 불과하다. 적지 않은 매몰 비용이 발생하는 항공료, 직원 파견 등 일부 비용을 해외에 진출하려는 기업 지원에 쓰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정부가 해외건설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마저 운용실적이 저조한 형편이다. 펀드 수는 늘고 있지만 확약서 또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요구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소ㆍ중견기업의 해외건설 보증 수수료율은 대기업에 비해 여전히 평균 1.8~2배 이상 높다. 부보ㆍ부동산ㆍ예금과 같은 담보가 필요한 경우도 대기업의 2배에 이른다.

이 회장은 "해외 수주를 위해서는 공사 경험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자주 해외 고객들과 접촉을 해야 하고 그러면서 신뢰를 쌓아야 하지만 규모가 작은 기업으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는"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수주 전 단계에서부터 자금조달, 보증 등 정부의 보다 적극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지원 1억원이 130개 일자리 창출= 협회는 그간 해외 수주를 지원해 얻은 효과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각종 데이터를 가공해 정부에 전달해왔다. 협회의 자체 분석결과, 정부와 협회가 해외 진출을 원하는 기업에 1억원을 지원하면 130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해외인프라 청년인턴'을 육성해 파견하면 80% 이상의 인턴이 이후 해당 기업이나 관련 기업에서 지속적으로 근무하면서 경험을 쌓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중소ㆍ중견기업에 지원하는 1억원의 돈이 130억원 규모의 수주로 이어진다는 사실도 수치화했다.


협회가 주관하고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글로벌인프라협력콘퍼런스(GICC)의 성과도 수치로 분석했다. GICC는 올해로 7번째 열리는 행사다. 올해 GICC의 경우 39개국 90개 기관 참여와 161명의 발주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개별 상담회에서 293건, 587억달러 규모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의가 국내 기업과 해외 발주처 간에 이뤄졌다. 행사에 든 돈은 10억원 안팎. 하지만 올해 행사로 15억~20억달러 규모의 수주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장은 "중국의 저가공세가 한동안 글로벌시장을 잠식했으나 질적 경쟁력은 여전히 한국 기업이 우위에 있다"며 "기술력 역시 글로벌 선진 기업의 80% 이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의 경우 실력은 되지만 위험을 감내하기엔 규모가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내년부터 50인 이상 중소건설업체에도 일괄 적용되는 주 52시간 제도를 유예하는 특례가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해외 사업장의 경우 국내 현장과 달리 돌발변수가 많고 시차를 포함해 현지법, 계약조건 등의 이유로 근로시간을 일괄 단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건설 사업의 특성상 사전에 정확한 근로 일수와 작업 시간을 확정하기 곤란하다는 점도 애로사항이다. 이 회장은 "52시간제 시행과 관련해 해외 건설 현장의 경우 특례를 주장하는 건설협회와 궤를 같이한다"면서 "실제로 해외 건설 현장에 가보면 52시간 제도를 준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내년 해외 수주 '300억달러' 가능= 올해 국내 건설사들은 예외 없이 해외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 12월 현재 해외 수주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70% 수준(180억달러)에 머무르고 있고 연말까지 녹록지 않은 환경이 이어질 전망이다. 주력 시장인 중동지역의 경우 국제유가가 이 지역의 재정균형 유가(70달러ㆍ2019년 기준)에 못 미치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 발주물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75% 수준에 그친 것이 한 해 전체 수주 규모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회장은 "주력시장인 중동의 발주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중국, 인도, 터키, 스페인 등의 외국 건설기업 및 현지 건설기업들과의 수주 경쟁도 여전한 상태여서 우리 기업들도 입찰에 선별적으로 참여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투자개발형 사업을 통해 유럽과 남태평양에서 거둔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고 밝혔다. 선진 건설업체들이 장악한 유럽시장의 경우 그동안 레드오션으로 여겨졌지만 한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과 다각화 노력 등에 힘입어 수주가 늘고 있다. 지난 5월 현대엔지니어링이 폴란드에서 11억달러 규모의 폴리머리 플랜트 사업 등의 메가급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이 대표적 성공사례다. 앞으로로 영국, 벨기에를 중심으로 이 지역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이 회장은 전망했다.


그는 "고부가가치의 투자개발형 사업을 통해 뚫기 어려운 유럽과 남태평양 지역에 진출해 수주 다각화를 달성했다"면서 "그간 미국, 유럽, 일본 등의 선진국 업체들이 주로 참여한 플랜트 프로젝트의 FEED(Front End Engineering Design) 수주와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신남방 정책 또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예상하는 내년 해외 수주 규모는 300억달러다. 그는 국내 13개 주요 건설사들의 내년 목표로 내놓은 372억달러 대비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신남방과 아프리카 지역을 중심으로 교통과 에너지 부문에서 발주가 확대되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내년에는 올해보다는 수주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현대건설의 해수담수화플랜트 등 그간 지연된 2~3개 프로젝트가 내년 초 수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이고 특히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에서 플랜트와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해외건설협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이건기 해외건설협회 회장이 29일 서울 중구 해외건설협회에서 인터뷰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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