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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종식 30년에 미·중·러는 신냉전시대

최종수정 2019.12.02 11:30 기사입력 2019.12.0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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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 무너뜨린 몰타 회담 30년
고르바초프, "열전 시대 막아야"
세계 정치 경제 혼돈 우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1989년 12월2일 지중해 섬나라 몰타에 정박한 선박에 조지 H.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마주 앉았다. 이틀간의 회담 후 두 정상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동서가 냉전 체제에서 새로운 협력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1945년 이후 동서냉전을 이끌던 초강대국 정상의 만남은 냉전체제 붕괴로 이어졌다.

마히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몰타회담에서 마주앉아 있다.(사진=위키피디아)

마히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왼쪽)과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몰타회담에서 마주앉아 있다.(사진=위키피디아)



이후 3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평화와 화해'라는 몰타 정상회담의 기조는 전진하지 못하고 오히려 '신냉전시대(new cold war)'라는 검은 그림자가 전 세계에 드리우고 있다.


몰타 회담의 주인공이었던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은 1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몰타 회담의 의의를 되새기며 현 국제 정세에 대해 깊이 우려했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은 미ㆍ러 관계가 냉전시대(cold war) 이후 최악의 상태에 있다고 진단하며 "미ㆍ러 양국이 열전시대(hot war)을 막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스트롱맨들의 등장으로 예고편을 쓰던 신냉전시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이후 본격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러시아 내통 스캔들에 휘말리며 친러 정책을 포기했다. 이에 러시아가 반발하며 양국 관계가 삐걱대기 시작하자 신냉전시대가 본격적으로 꿈틀댔다. 동맹 관계를 경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역시 신냉전시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ㆍ러를 넘어 미국 대 중ㆍ러 간의 갈등을 촉발하고 있다. 냉전시대에는 이름을 내밀지 못했던 중국은 주요 2개국(G2)으로 부상하며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태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을 촉발시키며 강력한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몰타 회담 당시 미 국방부 차관으로 참석했던 폴 올포위츠 전 미 국방부 장관은 "냉전 종결 후 30년이 지난 현재는 중국이 옛 소련보다 훨씬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했다"며 중국에 대한 경계심을 분명히 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권위에 도전하며 세계 정세가 혼란해지고 새로운 질서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했다.


때마침 냉전 종식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중거리핵전력(INF)이 지난 8월 폐기되면서 신냉전시대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졌다. 미국은 INF 폐기 이유로 러시아의 무기 개발을 거론하지만 핵심 목표는 중국이라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고르바초프 전 서기장은 냉전시대를 마감시키는 데 주춧돌이 된 INF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INF 종료는 어떠한 경우에도 파괴돼서는 안 될 것들에 대한 파괴의 첫 단계"라고 경고했다. INF 종료가 파국으로 이르는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INF는 몰타 회담 2년 전인 1987년에 체결됐다. 무기 통제 속에 평화 체제로 가는 길이 열렸는데 그 문을 닫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 "신냉전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치인들이 인식해야 한다. 신냉전은 열전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문명의 완전한 파괴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냉전시대에는 미ㆍ중ㆍ러 갈등 외에도 변수가 많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 현 세계를 냉전시대보다 더 위험하게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북한과 이란의 핵무기, 드론, 초음속 미사일, 인공지능(AI) 기술의 군사적 전용 등이 곳곳에서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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