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의 시민, '소방의 날' 헌혈증 119장 기탁…"뜻있는 곳에 써 달라"

소방 관계자 "위급한 환자 생명 구하는데 쓰겠다"

서울시 제공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소방의 날'인 9일 한 시민이 소방서에 헌혈증 119장을 익명으로 기부해 작은 감동을 불러모으고 있다. 헌혈증과 함께 전달된 친필 엽서에는 "뜻있는 곳에 써 달라"는 부탁이 담겨 있었다.

13일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 시민은 토요일인 지난 9일 오전 8시40분께 서울 영등포소방서 사무실에 들러 하얀 봉투를 놓고 갔다. 당시 근무 중이던 이정석 소방교가 봉투의 내용물을 물었으나 "줄 사람이 있다"는 짧은 답변만 돌아왔다.

이 소방교는 봉투 안에 헌혈증이 든 것을 확인하고 이 시민을 따라 나섰으나, 이미 걸음을 재촉해 사라진 뒤였다.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엽서에는 손글씨가 담겨있었다. 여기에는 "소방의 날에 그동안 헌혈한 119장을 기부합니다. 소방관분들을 통해 좋은 곳에 쓰이고 싶습니다. 뜻있는 곳에 사용해 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이 헌혈증들을 위급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김명호 영등포소방서장은 “독도 헬기사고로 소방가족 모두가 추모 분위기 속에서 소방의 날을 조용히 보냈다”면서 “이번 헌혈증 기부로 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대원에게 감동과 용기를 불어 넣어 준 시민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