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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하이에나의 사냥감 되는 愚를 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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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초원에 폭풍우가 내리치는 가운데 맹수 두 마리가 생존을 위해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하이에나는 싸움에 직접 낄 힘이 부족하니 승자에 빌붙어 사냥감을 훔치기 위해 더러운 냄새만 피우며 눈치를 살피면서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형국이다. 장마가 계속되던 지난 휴일 오랜만에 제자들과 막걸리 잔을 나누던 은사께서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을 비유한 말씀인데 왠지 찡하게 와닿는다.

주요 2개국(G2)인 미ㆍ중의 무역분쟁은 양국 모두 감수해야 할 출혈이 만만치 않아지자 휴전을 선언했지만 사냥에 대한 욕구마저 접지는 않은 듯하다. 역사문제를 경제보복으로 연결해 국제무역 질서 자체를 교란시키는 일본의 행태는 또 어떠한가? 지난 23일 중ㆍ러의 군용기가 동해 영공을 침범하자 뜬금없이 독도영유권을 들먹이는 모양새가 사자나 호랑이 앞에서는 눈치만 보며 슬금슬금 피하다 고기를 훔치려는 하이에나의 모습과 영락없이 닮았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라는 사실은 지구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전범국 일본이 미ㆍ중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미국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해 미군 수천 명이 사망하자 워싱턴 벚꽃나무를 모두 잘라버렸고 일부 단체는 미국에 거주하는 일본인을 죽여도 좋다는 사냥 면허를 내주기도 했으며 미국 정부는 12만명에 이르는 일본계 미국인을 수용할 정도로 강력히 대처하였고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 8월9일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하여 13만30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음에도 일본은 한 마디 항의는커녕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변국임을 자처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전쟁피해 배상 태도는 또 어떠했나? 1972년 중국이 중일공동성명에서 일본에 대한 배상권을 포기하자 중국 피해자들은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일본 재판소가 "개인 청구권도 포기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자 중국은 "전쟁배상은 국가와 개인이 구분된다는 것이 국제법적 관례"라며 일본 재판소를 비난했고 일본 기업들은 즉각 중국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기금을 조성해 위자료 명목의 배상을 했다.


이런 일본이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은 일본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위자료 청구권과는 별개문제라는 결론을 밝히자 개인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일본 법조인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경제보복으로 국제무역질서를 교란시키고 있으니 이 정도라면 '하이에나 습성의 국가'라는 표현이 결코 과(過)하지 않다. 오죽하면 지난 25일 일본지식인들을 중심으로 '한국 수출 규제 철폐 서명운동'이 시작되었고 이를 이끌고 있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신조 총리는 한국을 적으로 보는 자세를 바꿔 외교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 수출규제는 곧 바로 철회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이 대한민국호(號)에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하이에나는 직접 사냥하기보다 타인의 음식을 훔치거나 상처를 입고 비틀거리는 먹잇감을 노리는 습성이 있다. 미ㆍ중 무역전쟁, 남북관계 등 여러 가지 난제를 안고 있는 대한민국이 국내적으로 정쟁을 벌이고 내분이 일어나 지치기를 일본이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평범한 상식인데 정치권만 이를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아니 모른 체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수도 있으리라.

한 국회의원의 농담을 전해 들었다. "욕먹는 줄 알면서 일부러 국민에게 반감 사는 막말과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그러면 국민들은 정치인에게 혐오감을 느껴 내년 선거에 무관심을 보여 투표 참여율이 떨어질 것이고 나의 열렬 지지층만 투표하면 당선 확률은 더 높다." 착각도 이 정도면 수준급을 넘어 2020년 도쿄올림픽에 나가라고 추천해주고 싶을 정도로 정신 나간 소리다.


한반도 역사는 굴곡과 시련이 많았다. 삼국을 통합한 신라는 당나라를 물리쳐야 했고 고려는 세계를 집어삼킨 칭기즈칸 군대의 침략을 견뎌냈으며 조선시대 왜란과 호란으로 인한 어려움도 국민의 일치단결된 힘으로 극복했다. 지금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여야 정쟁을 벌이기보다는 대한민국호가 풍랑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로 감싸주고 보듬어야 할 시기다. 국민은 이를 철저히 감시한 뒤 내년에 심판의 표를 던져야 한다. 배지에만 눈먼 정치인이 당선되어 우리 스스로 대한민국을 상처 입은 사냥감으로 만들고 세렝게티의 초원에 버리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박관천 객원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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