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브렉시트 협상, 자폭조끼 입은 격”…보수당 내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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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차기 영국총리 후보 유력주자 중 한 명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테리사 메이 총리가 제안한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계획을 '자살폭탄 조끼(suicide vest)'로 비유하며 "정치적 협박에 우리 자신을 열었다"고 맹비난했다.

최근 불륜설로 정치적 난관에 처한 존슨 전 장관이 강경 발언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발언 직후 집권 보수당 내 내분만 확산되는 모습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존슨 전 장관은 9일(현지시간) 일간지 메일의 기고문을 통해 "우리는(영국은) 끊임없는 정치적 협박에 우리 자신을 열었다"며 "영국 헌법 주변에 자폭조끼를 감싼 후, 기폭장치를 (EU측 브렉시트 협상대표인) 미셸 바르니에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협상회담에서 브뤼셀(EU)은 브뤼셀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며 "체커스 계획 하에 우리는 그들의 규칙을 영원히, 아무런 발언권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것은 굴욕"이라고 비판했다.

메이 총리가 지난 7월 총리 지방관저가 위치한 체커스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소프트브렉시트 노선으로 제안했던 이른바 체커스계획은 브렉시트 이후 EU와 상품·농산물에 관한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고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집권 보수당 내 대표적인 하드브렉시트파로 메이 총리와 맞서온 존슨 전 장관은 이에 반발하며 같은 달 사임했다. 그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 투표 당시 EU탈퇴 진영을 이끌며 차기 보수당 대표 및 영국 총리 유력후보로 꼽혀왔다.

기고문이 게재된 후 존슨 전 장관과 함께 근무했던 외무부 고위관료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디언은 "존슨이 메이의 브렉시트 계획을 자폭조끼로 묘사하면서 보수당이 내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앨런 덩컨 외무부 부장관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자폭테러로 비유한 존슨의 발언은 과하다. 이는 현대 영국정치에서 가장 역겨운 순간 중 하나"라며 "미안하지만 보리스 존슨의 정치인생은 끝났다"고 비판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담당하는 알리스테어 버트 부장관 역시 "이같은 공격의 본질에 놀랐다"며 "그런 터무니없고 부적절하며 상처를 주는 비유에 정당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덩컨 부장관과 버트 부장관은 존슨 전 장관과 함께 근무했던 인물들이다.

영국내에서는 최근 이혼과 불륜설 등으로 수세에 몰린 존슨 전 장관이 지지층을 결집시키기 위해 일부러 과격한 표현을 사용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이자 군인 출신인 톰 투겐다트 의원은 과거 장병 수백명의 생명을 앗아간 영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자살폭탄테러범의 시도들을 언급하며 "(아프간) 헬만드의 내 사무실 앞에서 벌어진 대학살은 끔찍했다. 나무와 덤불에는 사지와 팔들이 매달려있었다"면서 "총리를 이에 비교하는 것은 즐겁지 않다"고 꼬집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