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주연 '택시운전사' 中 인터넷 검열 대상 올라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가 중국 인터넷상에서 검열 대상 작품에 올랐다. 중국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한 톈안먼(天安門) 사태를 연상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6일(현지시간) 홍콩 빈과일보 등 중화권 언론에 따르면 중국 인터넷 검열 당국은 최근 택시운전사와 관련한 뉴스, 평론, 댓글 등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중국 현지에서 택시운전사가 정식으로 상영 중인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상에서는 한국 민주화 운동을 다룬 역사물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과 호평이 쏟아졌다.

영화 평론 사이트 도우반(豆瓣)에서 택시운전사는 평점 10점 만점에 9.1을 받았으며 수만 건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도우반에서도 택시운전사 페이지 자체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1976년 미국에서 상영된 동일명의 작품(평점 8.4)이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중국의 한 영화 평론 사이트에서 송강호 주연의 영화 '택시운전사' 페이지가 사라지고 1976년 미국에서 상영된 또 다른 영화 '택시 드라이버'가 대신하고 있다. [사진 캡처=도우반]

중국 검열 당국이 택시운전사와 관련한 흔적을 애써 지운 것은 이 영화가 공산당 지도부의 최대 오점 중 하나인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판단에서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정부가 1989년 6월4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던 학생과 시민 100만여명을 무력으로 진압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말한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현장을 취재해 이를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고(故)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간 서울 택시운전사 고 김사복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국내에서 관객 수 12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는 택시운전사와 관련된 글이 올라오는 즉시 삭제되고 있다.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에서도 택시운전사 검색이 어렵다.

일련의 조치는 이달 18일 중국에서 열리는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둔 여론 통제의 일환으로, 네티즌 사이에서는 불만이 커지는 실정이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