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지 못한 미·중 장벽…외교적 과제
문재인 대통령은 짧은 준비기간에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평화 구상을 담은 '신베를린 선언'을 발표하고,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국과 정상회담을 통해 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코리아 패싱' 논란 속에서도 문 대통령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직접 통화하며 이를 잠재웠고, 미국과 북한이 '화염과 분노', '괌 폭격' 등 말폭탄을 퍼부으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달을 때 국제사회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우리의 외교적 성과로 볼 수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탄핵정국으로 나타났던 한국 정상외교의 공백을 빠르게 회복하고 '신베를린 구상'을 포함한 한국의 외교안보 이슈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온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더딘 감이 있지만 균형잡힌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 "대북 제재 국면에서 무리하게 대화를 추진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대화를 준비해가는 태도는 바람직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미·중의 벽은 역시 높았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두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미국에도 끌려가고, 중국에는 보복 해제에 대해 말도 못꺼내는 현실은 우리 외교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김한권 교수는 "향후 미·중의 전략적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한반도 관련 주요 이슈에서 어떻게 강대국들의 이해차를 조율해가며 사드와 북핵문제를 해결할 것인지, 동시에 한국의 자주성을 유지해갈 것이냐가 진정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현욱 교수는 "사드 추가 배치 과정에서 미국에 끌려가는 느낌이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좀 더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향후 북·미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면 우리가 대회의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협의를 잘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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