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크리스마스와 관련한 아기예수 그림에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 천사(天使)들이 대부분 여성으로 나온다는 점이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오는 천사는 대부분 미소녀의 모습으로 그려진 경우가 많다.
천사는 원래 사람이 아닌 신의 사자로 인간적인 성별을 초월한 존재로 인식돼있다. 그래서 중성적 이미지로 그리지만 아기예수나 성모 마리아와 함께 나오지 않는 그림에서는 대부분 남성으로 등장한다. 칼이나 창을 들고 악마를 물리치는 전사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특히 남녀차별이 상당히 심했던 고대와 중세, 아직도 가부장제 성향이 강한 중동사회에서 천사들은 주로 강인한 전사로서 위압감과 거룩함을 발산하는 장성한 남성형으로 묘사돼왔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와 관련해서는 이렇게 묘사할 경우 한가지 문제가 생기게 됐다.
그것은 아기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의 산실에 근육질 외간 남자들이 들어가게 된다는 문제였다. 보수적인 당시 사회 분위기에서 받아들여지기 힘든 구도였다. 그러다보니 크리스마스와 관련해 아기예수 곁에 배치되는 천사들의 경우엔 대체로 여성 모습으로 그리거나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그리게 됐다.
수태고지를 하는 장면에서 가브리엘 대천사는 성모 마리아와 홀로 만나게 되는데 이는 정혼자가 있는 여인의 처소에 외간 남자가 들어가는 상황이라는 윤리적 문제를 부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가브리엘 대천사는 아기예수와 함께 있는 장면 외에도 대부분의 그림에서 여성으로 묘사되게 됐다고 한다. 천사가 그려진 그림 중 여성으로 그려진 천사는 대체로 가브리엘 대천사로 봐도 무방할 정도라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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