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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한강변 '멍때리기' 대회…가수 '크러시'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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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중년 남성까지 다양한 사람 참가..."머리 복잡한 사람에게 추천"

한강변멍때리기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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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평소 한강에 가서 멍 때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우승까지 해서 너무 얼떨떨하고 기쁘다."

22일 오후 3시25분께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 청보리밭 일대에서 열린 '2016 한강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는 가수 크러쉬(본명 신효섭)였다. 크러쉬는 1시간30분 동안 진행된 경기에서 시민 스티커 투표와 심박수 체크를 포함해 심사한 결과 최종 우승자로 정해졌다. 그는 "음악 작업을 하면서 육체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에 대회에 참여했다"며 "평소 머리나 심정이 복잡하신 분들에게 대회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는 낮 최고기온이 32도에 육박할 만큼 뜨거운 날씨에 치러졌다. 31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59명(현장접수 19명 포함)의 선수들은 자리에 앉아 열심히 '멍을 때렸다'.

대회에는 초등학생부터 중년의 남성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군의 선수가 참가했다. 대회 시작 전부터 저마다 자신이 가장 멍을 잘 때릴 수 있는 복장과 도구를 갖추고 비장한 자세로 경기를 준비했다.

한 여성 참가자는 양 옆에 우산을 두 개나 펼쳐 햇빛을 막기도 했고 머리에 젖은 수건을 올려 놓거나 간의의자를 준비해 앉아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몇몇 선수들은 주어진 자리에서 가장 편한 자세를 찾기 위해 계속 몸을 뒤척이기도 했다. 햇빛이 그대로 내리쬐는 청보리밭 일대에 경기장이 마련된 만큼 우산이나 모자로 태양을 피하는 선수들이 자주 보였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선수들은 양말을 벗고 연신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혔다.
진행요원들은 15분마다 선수들의 검지에 기구를 갖다 대 심박수를 체크했다. 경기를 관전하는 수십명의 시민들은 인상적인 참가자에게 스티커 투표를 했다. 스티커를 많이 받은 선수 상위 8명 중 가장 안정적인 심박 그래프를 보인 이들이 1~3등으로 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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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때리기 대회에 처음 참가했다는 원세진(12)양은 "집에서도 자주 멍을 때리는데 엄마가 못 하게 한다"며 "이번에 시원하게 한번 멍을 때리고 싶어서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영혼이 된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지난달에 전역을 했다는 참가자 안정윤(22)씨는 "군대에 있을 때 9살 여자아이가 대회에 나와 우승 한 것을 보고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해 걱정되지만 10위 안에 들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경기 시작 후 한 시간 가까이 흐르자 규칙 위반으로 경고를 받거나 탈락하는 선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휴대전화 확인 ▲졸거나 잘 경우 ▲시간 확인 ▲잡담 나누기 ▲주최 측 음료 외 음식물 섭취(껌씹기 제외) ▲노래 부르기 또는 춤추기 등의 행동을 할 경우 경고를 받고 누적되면 탈락했다.

첫 탈락자 남상범(28)씨는 대회 시작 후 2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오후 3시53분께 심사위원에게 탈락 선고를 받고 나오며 허탈해 했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있었는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며 "이유를 알려주지 않아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머리에 큰 해바라기 머리띠를 하고 온 김주영씨는 "매일 회사에만 있다가 오늘 해를 듬뿍 받고 싶어서 참여하게 됐다"며 "생각보다 멍 때리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날씨가 더운 탓에 일부 참가자와 시민들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기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이건 멍 때리기 대회가 아니라 누가 더위를 잘 참는지 겨루는 대회"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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