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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현장]박지원-검찰, 늘어지는 '13년 악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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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뭐야! 똑같은 걸 다시 하자는 거야?"

지난 20일 정오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 403호 법정을 막 빠져나온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이 같은 법정에서 다른 문으로 퇴정한 누군가를 향해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쏘아붙였다.
"1심부터 다시 하지 그럼!" 박 의원은 그를 노려보며 비꼬듯 덧붙였다. 박 의원이 호통친 대상은 검사였다.

검사는 박 의원을 멋쩍은 듯 한 차례 바라보더니 대꾸 없이 고개를 돌리고 법정 복도를 빠져나갔다.

박 의원의 '저축은행 금품수수' 의혹 사건 파기환송심 첫 공판이 끝난 직후 빚어진 장면이다.
대법원은 지난 2월 상고심에서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일부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최재형 부장판사)는 사실상의 최종심인 파기환송심을 맡아 심리를 진행 중이다.

검사는 이 날 공판에서 "오모씨를 다시 불러 증언을 듣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오씨는 박 의원에게 금품을 줬다고 증언한 인물이다.

재판부는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취지는 증언절차 등을 다시 진행하라는 게 아니라고 본다"며 난색을 표했다.

검사가 거듭 증인 신청을 하자 재판부는 증인 채택 여부를 추후에 검토해 결정하기로 했다.

박 의원 변호인은 검사의 이런 주장에 대해 "만4년 넘게 수사와 재판을 받아왔고 결국 대법원이 무죄로 결론을 낸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변호인은 또 "(해당 증인은) 이미 1ㆍ2심에서 여러 차례 나와 수 시간씩, 온종일 증언을 했다"며 검사의 요구가 부적절하다고 항변했다.

박 의원 측은 이미 대법원에서 결론이 났는데도 검사가 불필요한 절차로 공판을 지속해 흠집을 내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13년간 (이어진) 검찰과의 악연을 오늘로 끊겠다." 박 의원은 대법원 선고 직후 이렇게 말했다.

박 의원이 말한 '13년 악연'은 2003년 검찰이 이른바 대북송금 사건으로 그를 기소하면서 시작됐다.

박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4선 고지에 올랐다. 그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으로 여야를 통틀어 대표적인 '검찰 저격수'다.

검찰 개혁은 정치권이 포기해선 안 되는 가치다. 물론 검찰의 합법적인 권한 집행이 방해 받아서도 안 된다. 이번 사건의 커다란 함의는 양 쪽과 법원 모두 잘 안다.

검찰과 박 의원의 오랜 '대치'는 당사자들의 득실 문제가 아니다. 입법권력이나 검찰권력이 누굴 위해 존재하는 지 고민하면 답이 나온다.

정교하고 신중한 공판 진행이 재판부에 요구되는 이유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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