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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의 환율이야기]삼바 춤추다 돈 날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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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의 환율이야기]삼바 춤추다 돈 날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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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올 하반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점쳐지며 달러 상품 투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달러 강세가 예상되니 미리 달러를 사두겠다는 거다. 달러·원 환율이 오른 후 원화로 환산하면 그만큼 환차익을 거둘 수 있다. 환율을 내다보면 이런 투자도 가능하다.

반대로 환율을 고려하지 않아 울상인 투자도 있다. 수 년 전부터 투자자들의 마음을 까맣게 타들어가게 하고 있는 브라질 채권이 대표적이다.
브라질 채권이 투자 상품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2010년부터다. 국내가 저금리 시대로 접어든다는 말이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을 때인데 브라질 채권은 10% 안팎의 고금리를 자랑했다.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한 증권사들은 이를 일부 사와 국내 투자자들에게 팔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고금리의 달콤함은 매력적이다. 당시 예적금 금리가 3% 안팎을 나타낼 때인데 연수익 10%를 보장한다니 말이다. 문제는 브라질 채권은 헤알화로 투자하는 상품이라 환투자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채권 수익률이 10%라도 헤알화 가치가 10% 이상 하락하면 투자자는 앉아서 원금 손실을 입게 된다. 브라질 채권 같은 해외 상품에 투자할 때는 해당 국가 환율의 향방을 잘 판단해야 하는 이유다.

당시 브라질 채권이 지닌 환손실 가능성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브라질 채권의 고금리를 홍보하면서도 환율 위험을 언급하는데는 소극적이었고,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은 브라질 채권이야말로 새로운 투자대안이라는 식으로 소개했다. 지금까지 6조원이 넘는 자금이 브라질 채권이 흘러간 배경이다.
문제는 그 이후 헤알화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헤알화는 최근 1년새 30% 넘게 급락했고, 3년새 50% 가량 하락했다. 3년 전 브라질 채권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환율에서만 절반 가량 손실을 입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선 10% 채권 금리도 아무 의미가 없게 된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전망도 썩 좋지 않다는 점이다. 2010년 7.5%였던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0.1%로 주저앉았고,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투자적격 등급 중에서도 가장 낮은 BBB-인 브라질 국가 신용등급은 투기등급 전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3월 브라질 중앙은행이 헤알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12.75%로 0.5%포인트나 높였지만, 오히려 헤알화 가치는 11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금융사들은 브라질 채권 판매를 멈추지 않는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증권사는, 은행은, PB는 브라질 채권이 좋다며 입과 언론을 통해 홍보했다. 그 말을 믿고 투자했다면 지금 20% 가량 손실을 입고 있을 터다. 판매사들이 헤알화의 중장기 전망을 좋게 보는 것인지, 아니면 애써 환위험을 줄이려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줄여보자면 아래와 같다.

1. 브라질 채권 투자해서 고금리 삼바 춤추다 크게 데인 사람들 많다.
2. 해외상품 투자하려면 환율 공부 철저히 해야 한다.
3. 환율 잘 모르겠다면 환헷지되는 상품(이럴 때 기대수익은 떨어진다)에 투자하자.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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