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고덕주공 주민들… '이주 난민' 비명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재건축 이주 시작된 서울 강동구 이곳은 이미 전세대란
주변 전셋값 마구 뛰어 옮길 집 못찾아
아파트 포기하고 다가구·다세대 기웃


'재건축 이주안내' 플래카드가 붙은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재건축 이주안내' 플래카드가 붙은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4월쯤 이사갈 예정인데 전셋값 1억원을 빼서 상일동역 인근 아파트로 가는 것은 엄두도 못 내죠. 이 동네 떠나긴 싫지만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고덕주공2단지 세입자 40대 여성)
"이곳을 떠날 수 없어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인 6단지로 이사를 가기로 했어요. 다시 여기로 돌아올 거라 '잠깐 살다 온다'고 생각하고 비싸도 거기로 구한 건데 비싸도 너무 비싸요. 21평인데 전세를 2억5000만원에 얻었어요. 부르는 것이 값이예요."(고덕주공2단지 자가보유 60대 여성)

지난 주말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사갈 집을 구했느냐'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단지 입구마다에 설치된 '재건축 이주안내' 플래카드가 붙은 이곳은 이달부터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단지다.

재건축에 따른 이주가 본격화하면서 낡은 주변 재건축 단지 아파트들의 전셋값마저 들썩이고 있다. 전셋값이 1억원 이상 차이가 나 주변 일반 아파트는 엄두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근 상일동에 위치한 고덕6단지의 경우 지난해 10월 5층 이하의 전용면적 84.06㎡가 1억9000만원, 84.16㎡는 2억원에 전세계약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에는 각각 2억4000만원, 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2000만원 이상 올랐다. 대규모 단지의 재건축 이주에 따른 풍선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이다.

고덕2단지와 5호선 상일역을 마주하고 있는 3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12월 최고가 1억1500만원을 기록했던 48.6㎡의 같은 층 전세가 지난 1월 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마저도 물건 자체가 귀한 상황이다.

이 지역 전셋값 상승세는 고덕2단지 주민들의 이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이달부터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 10여년째 살고 있다는 한 60대 남성은 "지난달부터 이사 차량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미 500여 가구가 집을 비운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고덕2단지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지난달 이주를 한 집은 총 150~200가구. 주민들이 느끼는 이주 속도가 더 빠른 셈이다. 실제 전체 2600여 가구 중 10% 정도가 단지를 떠났다. 이주 계획이 잡히자 전세계약이 끝난 집 주인들이 계약 연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단지는 1983년 12월 입주한 71개동 2600가구 규모의 대단위 재건축 아파트 단지다. 모두 59㎡ 이하의 소형아파트이며 이 중 54㎡가 714가구로 가장 많다. 이들은 조합이 공지한 이주 계획에 따라 이달부터 올 10월 초까지 집을 비워줘야 한다.

하지만 이들이 주변에 갈만한 아파트는 거의 없다. 고덕2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변에 있는 전세 시세하고 이 단지(고덕2단지)에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원하는 가격대가 안 맞는다"며 "1억원도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에 결국 이 동네에선 2단지 사람들이 들어갈 집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건축을 앞둔 다른 단지를 제외한 다른 아파트 전셋값은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지난 1월 인근 상일동의 고덕리엔파크3단지 아파트 59.72㎡의 전셋값은 3억1000만원. 1997년에 지어 비교적 값이 싼 같은 동네 대우아파트 72.04㎡ 전세는 2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고덕2단지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로 재건축된 고덕시영의 경우 천호동이나 성내동, 마천동, 거여동 등 상대적으로 값이 싼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금액대가 맞지 않아 전세가 쉽지 않자 아파트를 포기하고 다가구나 다세대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어른들 싸움에도 대박 터진 뉴진스…신곡 '버블검' 500만뷰 돌파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국내이슈

  • 공습에 숨진 엄마 배에서 나온 기적의 아기…결국 숨졌다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해외이슈

  • 고개 숙인 황선홍의 작심발언 "지금의 시스템이면 격차 더 벌어질 것"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PICK

  • 1억 넘는 日도요타와 함께 등장한 김정은…"대북 제재 우회" 지적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