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 요새에 유스호스텔이 들어섰고 운이 좋은 관광객은 그 한 켠 사람들 틈에서 군복을 입은 사내가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총검술이다. 군복이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뚱뚱한 아저씨의 총검술 시연이지만 워낙 익숙한 동작이라서 바로 알아볼 수 있다. 공식적으로는 어떤지 몰라도 결국 이 총검술이 프로이센에서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건너오지 않았나 싶다.
되짚어 생각해보면 그렇다고 당시 사회를 주도할 수 있는 세력이 군부 말고 무엇이 있었겠는가. 군부 외에 행정능력과 학습능력,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는 조직, 더구나 군을 통제할 수 있는 세력은 아직 생기기 어려웠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절이 변하고 사회발전이 가속화되면서 군사적인 전문지식으로는 사회를 주도하기는커녕 이해하기에도 버겁게 됐다. 지휘해야 하는 (준)사관과 사병의 자질이 역전됐다. 또 하나의 이시적인 것의 동시성이다. 이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 한다.
이제는 장교와 사병도 권위주의적 관계로는 유지되기 어려워졌다. 장교의 입장에서 보아도 이제 장교는 구국의 간성이라기보다는 생활인이다. 또 승진에 목매는 조직인이다.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한 이유는 지휘책임을 묻게 되면 승진에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숨진 장병들의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돼있는 장례비까지 가로채서 쓰고는 횡령하지는 않았다고 하는 지질한 장교들인 것이다. 이러한 악습은 이제 근절됐다고 할 것인가. 장교들 간의 비인간적 상황은 더 심하지 않은가.
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군문제의 특수성이니, 남북대치상황이니 토를 달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대로 해서 병사들의 사기가 충천한 강군이 될 수 있는가? 이러한 조직에 국방을 맡기고 편히 잘 수 있겠는가? 부패의 의혹이 없는 투명한 군사행정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