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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서울시 복지상 대상 수상자 황화익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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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병 팔아 1000만원 기부...봉사는 내 운명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등도, 손도, 다리도 굽었다. 집을 향해 오르막길을 걷는 것이 조금은 힘겨워 보이던 일흔이 넘은 할머니는 '봉사'라는 말을 꺼내자 이내 소녀 같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할머니는 30년을 한결같이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그 미소와 함께 서울 종로구 동숭동 길을 오르내린다.

9일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수상한 황화익 할머니(76)는 가장 먼저 자신의 '보물창고'를 소개했다. 한 두평 남짓한 좁은 창고에는 할머니의 키보다 더 큰 포대 6개가 줄지어 있다. 포대 안에는 할머니의 보물인 폐지, 공병, 플라스틱 등이 한 가득 쌓여 있었다.
"이 보물들이 있어야 독거노인도 돕고, 병원에 있는 사람들도 돕지. 나한테는 제일 중요한 재산이야."

황 할머니는 1982년 새마을부녀회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동네에서 끼니를 거르는 어르신들을 보살피며 직접 후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장롱 속 누렇게 변해버린 30년 전의 후원일지와 통장 15개가 그가 지난 세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애썼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통장에는 이웃을 위해 모은 돈이 십원단위까지 기록돼 있었다. 폐품을 팔아 받는 돈은 한 달에 많아야 10만원 남짓. 그렇게 새벽을 달려 그녀가 후원한 금액은 지금까지 1000만원을 훌쩍 넘었다.

"얼마를 기부했냐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 1000원이든 2000원이든 열심히 일하고 모아서 준 도움이 누군가에게는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
황 할머니의 활동 무대는 동네만이 아니다. 10년 넘게 마로니에경로당에서 식사 봉사를 도맡는 총무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면 환경미화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이들을 돕는 일에 종횡무진 나서는 사이 황 할머니의 몸은 여러 군데 고장이 났다.

"몸이 아파도 봉사를 하면서 얻는 기쁨과 보람으로 고통은 충분히 잊혀져요. 힘도 나고 내가 살아있는 이유도 느낄 수 있어"

할머니의 방 한 켠에는 봉사를 막 시작하던 즈음 찍은 젊은 시절의 사진이 걸려 있다. "저 사진을 매일 보면서 내가 처음 봉사활동을 하던 그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내가 사는 이 동네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계속 해 나가고 싶어요."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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