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 t1 미혼 여성 ‘결혼·출산·보육 의식’ 실태 보고
‘한국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 ‘결혼’이란 관문을 통과하면 임신·출산을 거쳐야 하고 엄마, 그것도 직장에서 일하는 엄마가 됐다면 일·가정·육아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육체·정신적으로 극복해야 하는 역경이 만만찮다. 굴곡 많은 한 편의 대하드라마 못지않다. 미혼 여성들이 결혼을 꺼리고 워킹맘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다.
심각하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여성’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 미혼 여성 10명 중 5명꼴로 독신을 선호하고 결혼 시 육아 부담·주택 구입 및 혼수 등 경제적 부담을 가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결혼적령기에 해당하는 30대 여성의 경우 50.1%가 ‘결혼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 ‘육아가 부담돼서’라는 답변이 24.7%에 달해, 여성들이 결혼 전부터 육아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비 부모 “무상보육 제도 잘 모른다” 88.8% 육박
가구 월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 정보 가장 부족
# 이소정(31·가명) 씨는 서울의 한 식품회사에 다니는 커리어 우먼이다. 부모와 친지들은 “더 늦어지면 힘들다”며 “빨리 결혼하라”고 성화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녀는 결혼에 별 관심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득’보다 ‘실’이 많아서다. 결혼함과 동시에 가정에 얽매이게 돼 우선 자유로운 삶과는 ‘안녕’이란다. 임신해 아이를 낳게 되면 지금 다니는 안정된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위기’에 처할 것이고 또 태어난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이소정 씨는 결혼을 왜 안 하냐는 질문에 “결혼을 왜 해야 하나요?”라고 반문한다. 이 씨만 그런 게 아니라 많은 미혼 여성들이 동감할 내용이다. 직장에 다니는 미혼 여성에게 일·육아·가사의 부담을 한꺼번에 짊어지게 될 결혼은 부담 그 자체다. 이 때문에 결혼하지 않거나 계획이 있어도 시기를 미루다 보니 결혼 연령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출산이라도 서두르고 싶지만 육아를 생각하면 이 역시 주저하게 된다. 자녀 보육과 교육은 또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근 실시되고 있는 무상보육에 대한 인지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상보육 제도를 잘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었다. ‘무상보육 제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예비 부모 응답자들의 11.2%만이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어느 정도 알고 정확히 모른다’ ‘내용을 거의 모른다’는 답변이 88.8%를 차지해 10명 중 8명꼴로 무상보육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보육 계획을 잡는 예비 부모들 간에도 현재의 무상보육 제도가 잘 홍보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상보육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예비 부모들 중 가구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 부모들(저소득층)이 무상보육에 대한 정보가 가장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 미만 25%, 100만원대 24.3%, 200만원대 19%의 순이었다. 실제 정책 수혜가 절실한 계층에서 오히려 해당 정책을 더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예비 부모 42.1%가 보육비 직접 지원 시
보육프로그램 제작·가정양육비로 활용
예비 부모들의 경우 보육방식으로 국공립어린이집(48.5%)을 가장 선호했다. 부모 직접 보육을 비롯한 가정 보육을 선호한다고 응답한 예비 부모들이 43.8%에 달한 반면, 사립 어린이집을 더 선호한다고 응답한 예비 부모는 6%에 그쳤다.
보육비 직접 지원 시 활용 방식의 선호도도 명확히 엇갈렸다. 현재 보육시설 중심의 보육료 지원 제도와 관련해 ‘부모에게 보육비가 직접 지급된다면 어떻게 활용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예비 부모의 42.1%가 ‘부모 스스로 보육프로그램을 만들어 교육하거나 가정 양육에 보태겠다’고 답한 반면, 41.1%는 ‘기존 어린이집에 보태겠다’고 답변해 팽팽한 대립을 보였다. 대안어린이집 등 특수 형태의 보육시설을 이용하겠다는 예비 부모도 13.3%를 차지했다.
워킹맘들의 ‘소곤소곤’
“일·가정·육아 ‘3중고’에 고달퍼요”
미혼 여성들에게 일과 가정에서 ‘성공한 워킹맘’은 그야말로 꿈같은 존재다. 물 위를 노니는 우아한 백조의 수면 아래를 본 적 있는가. 가라앉지 않기 위해 바쁘게 물갈퀴를 젓는 버둥거림이 워킹맘의 삶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멋지고 당당한 모습 이면에는 일·육아·가사를 병행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는 노력이 숨어 있다.
고단한 일상의 연속이다. 통계청의 ‘2012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에 따르면 자녀가 있는 직업여성인 ‘워킹맘’의 경우 전업주부인 ‘전업맘’보다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기혼 여성의 퇴직사유 ‘결혼’이 1위로 꼽혔으며 육아, 임신·출산, 자녀교육 순이었다. 워킹맘들이 말하는 고충은 무엇일까?
“남편이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피곤하다고 잠만 잔다. 누구는 안 피곤한가? 애 보라고 하면 5분 안고 있다 팔 아프다고 내려놓지를 않나, 어쩌다 청소기 한 번 돌려주면 얼마나 생색을 내는지...가사와 육아 문제가 왜 여자만의 문제냐고.” -양지은(28·가명·교사)
“출산 후 갓난아이를 돌보려다 보니 일찍 퇴근하기에 바쁘다. 야근, 회식 참여에 소홀했는데 그래서인지 동료들과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지 않고 사내에서도 새 프로젝트를 맡기지 않는다.” -김현주(30·가명·일반사무직)
“워킹맘은 승진이 안 되는 건가? 올 초만 해도 내가 승진 대상자였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결혼 안 한 후배가 승진하더라. 아이 소풍에 안 따라가고 남편과 싸워가면서까지 회식과 야근에 꼭꼭 참석했다. 맡은 프로젝트도 잘 수행하는 열의를 보였다. 왠지 주부라서 밀린 것 같아 괜히 억울하고 속상하다.”- 이숙영(35·가명·IT전문직)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 육아휴직이라는 법적 권리를 찾긴 힘들다. 회사가 이런 제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눈치가 보여 마음 편히 육아휴직을 쓸 수 없다. 정말 안타깝다.” -남유정(29·가명·제조직)
“성공한 워킹맘이라고? 일과 가정 둘 다 지켜내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마도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이 됐다면 가정은 포기한 경우가 많을 거다.” - 조윤선(38·가명·사업가) [도움말 : 워킹맘연구소]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