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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시장감시기관 맞나, 검은 돈·검은 주식..내부 감시엔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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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얽히고 설켰으면 '죽음'까지 불렀을까
뇌물·불법 주식거래 등 잇단 도덕적 해이 비난
억대연봉 공공기관 1위..공공기관 감사평가는 'C'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기업 공시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던 한국거래소 직원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숨진 채 발견되면서 그 파장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을 운용, 감시해야 하는 역할을 지닌 거래소 직원이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은 것 외에도 그동안 벌어진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에 대한 질타가 함께 쏟아지는 형국이다. 특히 공시정보 접근권한에 대한 강화조치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재발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코스닥시장본부 직원 이모(51)씨는 지난 18일 경기도 한강 하류지역에서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이씨의 시신에 타살 흔적이 없어 경찰 측은 자살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코스닥시장본부에 소속돼 있던 이씨는 그동안 기업공시 정보를 외부로 유출한 혐의를 받아왔다. 그는 거래소 조사를 받기 시작하자 지난 15일 잠적했고 거래소는 그를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한 상태였다.
거래소 측은 운영팀 소속의 이씨가 업무상 공시를 담당하는 부서 소속이 아니었지만 업무상 공시가 나오기 전에 미리 내용을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씨가 정보를 사전에 유출한 이후 한 증권사 계좌를 통해 해당 종목에 대한 대량 매수 주문이 들어왔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때문에 조직적인 범죄 세력의 연루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살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면 금전적인 부분은 물론 주가조작세력과의 조직적 문제가 있을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나”라며 “다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지적에 따라 현행 공시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코스닥시장본부 공시는 내용에 따라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실적과 같은 정기공시 등 금융감독원의 요청에 의해서 시행하는 공시는 해당 기업 담당자가 공시 프로그램을 통해 내용을 입력을 하면 곧바로 외부에 공개된다.

그 외 계약이나 거래체결, 판결, 합병 등 수시공시는 해당 기업에서 내용을 입력하면 거래소 공시팀에서 이를 확인한 후 공개토록 하고 있다. 이씨는 이 과정에서 사전에 내용을 알고 외부로 유출했다고 거래소는 보고 있다.

이에 거래소는 최소한의 직원들만이 공시정보 열람기록을 확인할 수 있게 한 데 이어, 직원이 업무상 접근 가능한 정보에 제한을 두는 등 후속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막기 위해선 수시공시도 거래소 확인 없이 외부에 바로 공개해야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코스닥업체는 규모도 작고 전문 인력도 부족해 공시 문안을 잘못 쓰거나 내용이 틀리는 경우도 많아 사전 검사가 꼭 필요하다”며 “시장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한 업무 과정상에 꼭 필요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기업의 공시 정보는 주식시장에서 곧바로 돈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정보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행 방식을 유지하되 정보 외부유출 차단을 위한 감시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추가 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다.

아울러 거래소 직원들에 대한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거래소 직원이 연루된 비리는 수차례 발각됐음에도 끊이질 않아 자성을 촉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6월 한국거래소 팀장 등 3명은 상장법인 공시책임자 연찬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특정 여행사에 용역을 주고 그 대가로 21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바 있다. 2006년 6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다섯차례 연찬회에서 200만~500만원씩 챙긴 혐의다. 이 돈은 골프비, 항공료, 호텔숙박비 등 행사에 참석한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간부들을 접대에 쓰인 것으로 밝혀져 큰 충격을 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 웹사이트에 게재된 거래소 내부감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실시된 특별감사에서 직원 2명이 규정을 어기고 주식 거래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월간 주식거래 한도인 20회 넘게 주식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감사원으로부터 업무추진비 집행관련 기준 및 모니터링 강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라고 지적받기도 했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1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거래소는 기관 평가와 기관장 평가는 B등급을, 올해 신설된 감사 평가는 C등급을 받았다.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거래소 직원들이 이 같은 비리에 연루돼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초래하고 있다. 거래소 직원 연봉은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 5월 기획재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거래소의 직원 1인당 보수는 1억926만원으로 전체 공공기관 중 가장 많다.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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