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오리진은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닷컴(Amazon.com)의 제프리 베저스(47) 최고경영자(CEO)가 2004년에 설립했다. 무인로켓 역시 베저스의 투자로 제작된 것이다. IT업계의 손꼽히는 백만장자인 베저스가 다소 엉뚱하게도 우주사업에 나선 이유는 도전을 즐기는 그의 인생에서 찾을 수 있다. 베저스는 1964년 뉴멕시코에서 태어났다. 원자력에너지 위원회에서 일했던 할아버지와 엑슨(Exxon, 현 엑슨모빌)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기술분야에 큰 관심을 가졌다. 프린스턴대학에서 전자·컴퓨터공학을 전공한 베저스는 1986년 졸업한 뒤 월가의 금융업체 뱅커스트러스트에 입사해 자산관리업무용 전산체계 등을 개발해 최연소 부사장까지 올랐고 투자회사 D.E.쇼앤컴퍼니에서도 일했다.
그러나 시련도 닥쳤다. 2000년대 들어 ‘닷컴버블’ 붕괴가 온 것이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도 주가 대폭락의 폭풍을 피하지는 못했다. 재고가 쌓이며 적자가 누적됐고 아마존의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베저스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아마존을 온라인 서점에서 모든 종류의 제품을 망라한 종합쇼핑몰로 탈바꿈시켰다. 결국 아마존은 살아남았고 미국 최대 온라인 마트로 발돋움하는 데 성공했다.
베저스는 일선에서 물러난 애플의 스티브 잡스 CEO에 못지않는 미국 IT업계의 대표적인 혁신의 상징으로 꼽힌다. 아마존의 전자상거래 모델은 면대면(Face to face) 형태에 머물렀던 기존의 소매업 형태를 데이터베이스 집적형으로 완전히 개념을 바꿔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초의 전자책(E북) 단말기 ‘킨들’을 내놓아 전자책 시장을 선점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베저스는 정보통신(IT) 기술이 편의와 유용함을 어떻게 대중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인물로 통한다.
블루 오리진 관계자들은 현재 지상으로 떨어진 로켓의 잔해를 수거해 이상이 생긴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베저스는 “결과는 우리 중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것이지만 모두가 쉽지 않은 일임을 알고 시작했다”라면서 “블루 오리진 팀은 지금도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미 다음 로켓의 제작에 들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의 도전이 이번에도 결실을 거둘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고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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