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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혁 PD가 종편으로 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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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MBC <황금어장>의 산파 역할을 했던 여운혁 PD가 종합편성채널로 이직했다.

최근 MBC <황금어장>의 산파 역할을 했던 여운혁 PD가 종합편성채널로 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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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 김국진, 윤종신이 출연한다. 하지만 MBC <황금어장>의 ‘라디오 스타’가 아니다. 어쩌면 내년에는 새로운 채널에서 이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도 있다. MBC <황금어장>의 산파 역할을 했던 여운혁 PD가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로 이직했기 때문이다. 여운혁 PD는 이직 이유로 “아직 현장에서 연출을 하고 싶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한도전>, <황금어장> 등의 기획에 큰 역할을 했던 여운혁 PD의 이직은 단지 PD 한 사람의 이적만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기존 공중파 인기 연출자가 종편 채널을 선택할 만큼, 종편 채널이 방송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종편 채널은 방송에 필요한 준비를 어느 정도 마친 상태다. 조선일보가 최대주주인 CSTV와 중앙일보가 최대주주인 jTBC는 지난 3월 30일 종편 채널승인장을 교부받았다. 매일경제가 최대주주인 한국매일방송(이하 MBS)과 동아일보가 최대주주인 채널A(가칭)는 승인장 교부기한을 연장했으나, 최근 법인설립과 종편주금납입 등을 마무리해 승인장 신청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들 방송사들은 종편채널심사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질 높은 콘텐츠를 약속한 만큼, 지상파 채널들과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종편, 공중파를 위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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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종편채널의 속사정은 겉으로 드러난 것과 달라 보인다. 올해 10월 1일로 개국시점을 밝혔던 MBS 측은 “상황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방송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상황에 대해서는 “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 지금 ‘이것이 우리의 킬러콘텐츠’라고 내세우기는 어색하다. 여러 편성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채널A와 jTBC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jTBC는 “연내 개국이 목표지만 채널배정문제 등이 아직 남아있어서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고, 채널A 측은 “올해 연말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다. 킬러 콘텐츠는 기획 단계”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사업자 네 곳 모두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종편채널들이 개국 시기마저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미디어렙(방송사 대신 방송광고를 판매하는 대행사)과 채널배정 등 산적한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디어렙은 국회가 종편의 직접 광고 영업문제를 두고 법안 처리 문제를 여전히 표류 중이다. 또한 채널배정은 지상파 채널 사이에 들어가는 이른바 ‘황금채널’에 종편을 배정할 것인가를 두고 채널 편성권을 가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종편 간 협의가 필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렙은 국회의 문제, 채널배정은 SO와 종편 사이의 문제라 모두 방통위가 뭐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종편에 ‘행정적 배려’를 할 것”이라고 밝혀 SO를 압박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높다.

물론 개국 시기는 ‘승인장 교부 후 1년 이내’라는 조항에만 위배되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종편 채널 모두가 인정하듯, 안정적이고 질 높은 콘텐츠의 제작이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다. 지상파 방송사의 2009년 제작비 지출액은 KBS 2,580억 원, MBC(본사) 1,729억 원, SBS가 2,099억 원이다. 이는 안정화된 시스템에서 숙련된 인력을 이용해 순전히 콘텐츠 제작에만 소요되는 비용이다. 종편 사업자들의 사업계획서에 나타난 제작비 예산은 공공미디어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중앙이 연간 2,607억 원, 매경은 연간 1,600억 원(5년간 8,886억 원) 수준으로 현재 공중파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장밋빛 미래 vs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레드오션


새로운 종편 채널은 공중파는 물론 CJ E&M과 같은 거대 미디어 그룹 뿐 아니라 다른 종편들과 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새로운 종편 채널은 공중파는 물론 CJ E&M과 같은 거대 미디어 그룹 뿐 아니라 다른 종편들과 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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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종편의 제작 비용에는 콘텐츠 제작은 물론 시스템 정비 및 인력 훈련 비용까지 포함돼야 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종편이 방송 초기에 지상파 수준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공미디어연구소의 도형래 연구원은 “SBS의 경우 KBS, MBC 등 당시 현업에 있던 전문가들을 스카웃했음에도 방송을 MBC 수준으로 끌어올리기까지 10년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경우 사업 계획서에서 ‘보도 23.7%, 교양 44.7%, 오락 31.5%로 균형 잡힌 편성’ 등을 내세웠지만, 현재 제작비 규모에서 교양의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지 의문시 되는 부분이다.

수익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CSTV는 2013년 기준 영업이익 258억 원 달성, jTBC는 2014년부터 당기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하지만 도형래 연구원은 “종편채널과 사업규모가 비슷한 OBS도 2006년 개국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당기 순이익을 낸 적이 없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두고 봐야 한다”며 “종편사업자 선정 발표 후 디지털조선과 중앙일보미디어그룹의 주가가 하락 하락했다. 종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내려가는데, 주주들이 이익도 나지 않는 사업에 발을 오래 담그지 않을 것”이라고 반문했다. 무엇보다 새로운 종편 채널은 KBS와 MBC에 이은 ‘제 3의 채널’이었던 SBS와 달리 공중파는 물론 tvN, Mnet 등을 소유한 CJ E&M과 같은 거대 미디어 그룹, 그리고 동시에 사업을 시작하는 다른 종편들과 무한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 채널의 증가는 한정된 시장을 조각내서 나누는 최악의 상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종편 채널 사업자들은 종편에 대해 장밋빛 사업으로 포장했지만, 종편 채널은 콘텐츠 제작부터 수익성까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편 사업자들이 종편의 명분으로 내세운 ‘질 높은 콘텐츠 제작을 통한 한국방송전반의 발전’이라는 명분은 지켜질 수 있을까. 인기 PD는 종편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종편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이제부터 시작인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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