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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지킨 당신이 돌아오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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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지난 19일 찾은 경기도 의왕시 모락산. 30여분간 오른 산중턱에는 51사단(사단장 권태오 소장ㆍ3사 13기) 장병들이 소대급으로 조를 이뤄 한국전쟁때의 참호 흔적을 찾아 이곳저곳 땅을 파고 있었다. 장병들이 며칠전부터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수백 개의 웅덩이들이 말해주고 있었다.


덜컥 겁도 났지만 몇 분 더 산을 올라 유해발굴에 동참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유해발굴은 당시 전투 기록과 지역주민, 참전용사들의 증언확보를 토대로 인근 산악지역을 지정한 다음 금속탐지기를 이용, 참호나 전투잔해물을 식별하게 된다. 이날은 유해발굴 13일째로 960여개의 구덩이를 파는 노력끝에 13구의 유해를 발굴한 상태였다.


유해주변에서 발견된 바클은 모양과 무늬에 따라 아군과 적군을 판가름하기도 한다.

유해주변에서 발견된 바클은 모양과 무늬에 따라 아군과 적군을 판가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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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모락산 지역은 한강을 끼고 있어 적에 대해 강력한 공격을 시작한 선더볼트(Thundervolt) 작전지역이자, 1951년 1월 유엔군 반격작전의 신호탄이 된 지역이다. 모락산 전투(1951년 1월30일~2월4일)는 또 국군 1사단 15연대가 중공군 150사단 1개 연대와 전투를 벌여 아군 70명이 전사하고 적군 663명을 사살하는 전공을 세운 지역이기도 하다.

 

장병들과 함께 유해가 있을만한 곳을 찾아 헤메고 있을때 한 장병이 소나무밑을 유심히 보다 조금씩 파내려가기 시작했다.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낀 것일까. 파내려간 지 몇 분만에 나무뿌리와 생김새가 비슷한 뼈조각을 찾아냈다.


x-RAY촬영을 통해 유해를 정밀감식하고 있다.

x-RAY촬영을 통해 유해를 정밀감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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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14번째 유해를 찾아낸 이규섭 병장은 "일반 땅과 달리 참호는 딱딱하지 않으며 윗표면에 낙엽이 쌓여 침대와 같이 푹신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1구의 유해를 발견하기 위해서 150개의 참호를 굴토해야하는 것에 비하면 뜻밖의 행운이다.

 

주변흙을 양옆으로 파내면서 조금씩 내려가자 유해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유해주변의 흙은 인체의 일부가 썩어 검게 변해있었다. 전문가들의 손길로 유해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자 하얀색 백회가루를 뿌려 사진촬영 및 기록을 남겼다. 국군이 사용했던 M1소총 탄환과 버클 등 유해물품으로 보아 아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유품의 경우 통상적으로 아군은 M1, 칼빈(Calbine-30) 등이 주변에 있으며 버클의 경우 고리위가 가죽끈으로 돼있거나 4개의 구멍이 있는 단추 등이 남아있다.


기자가 유해의 1차세척을 위해 치아를 닦고 있다. 오래된 유해의 경우 탈색은 됐지만 치아의 형태는 그대로 남아있다.

기자가 유해의 1차세척을 위해 치아를 닦고 있다. 오래된 유해의 경우 탈색은 됐지만 치아의 형태는 그대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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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사단 유해발굴 김범중 팀장(원사)은 "이 지역 전투는 한겨울에 벌어졌기 때문에 그 당시 전투에서 전사자들의 옷을 벗겨 생존자가 입는 경우가 흔했다"고 설명하고 "유해주변의 이러한 유품발견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으며 전사자의 누운 방향 등을 고려해 적군과 아군을 1차 판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4명으로 구성된 감식병들은 뼛조각을 다리부터 문화재 발굴기법을 적용해 붓으로 세밀하게 흙을 털어내며 나무 잔뿌리와 뒤엉켜버린 곳을 정리해 한쪽에 인체 구조대로 정리했다. 또 유해와 유품은 전통방식에 따라 오동나무에 입관, 태극기로 포장해 예(禮)를 갖추었다.


유해 발견지점에서 같이 묻혀있었던 철모. 60여년전 치열했던 전투를 설명해주고 있다.

유해 발견지점에서 같이 묻혀있었던 철모. 60여년전 치열했던 전투를 설명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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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을 나온 51사단 강신성 인사보좌관(소령ㆍ학군 29기)은 "때로는 뼈속까지 나무 뿌리가 박혀 오래된 소나무 한그루를 통째로 베어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하며 "조국을 지켜야겠다는 일념하에 싸웠건만 60여년의 세월이 지나 이제야 햇빛을 보는 선배 전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유해를 옮겨 이동한 곳은 현충원내 유해발굴감식단. 올 1월 40여억원의 예산을 투입한 건물 정문 앞에는 "그들을 조국품으로"라는 다부진 각오를 큰돌에 새겨놓고 있었다. 1층에 들어서자 그동안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들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었고 유해보관소를 끼고 있는 각 실에서는 유전자시료채취와 유전자검사, 유해보존 등의 세부절차를 밟기 위해 감식관과 감식병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전처리실에서 1차세척을 거친 유해는 뼈건조기를 통해 수분을 제거하고 미세한 오물을 제거하는 초음파 세척기를 통해 빈틈없이 잔해물을 없앤다. 또 신원확인에 필요한 DNA 검사용 시료채취 장비가 즐비한 이곳에서는 유해 중 유전자 잔존율이 높은 부위를 절단(사지, 골반뼈, 치아 등)하고 각종장비를 이용, 샘플을 채취해 등록했다. 전사자 유해시료와 유가족 혈액시료는 저온 냉동고(-25)에 보관하고 국방과학수사연구소 DNA센터 등에 검사를 의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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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에 구비하고 있는 디지털 X선 촬영기, 실체현미경, 앞으로 도입될 유실된 유해를 복원할 수 있는 3차원 스캐너, 유해의 손상부위를 확대해 상흔의 원인 등을 규명 할 수 있는 광학현미경 등 첨단장비가 무려 40여종에 달한다.

우은진 감식관(6급)은 "유해를 통해 성, 연령, 특정질병, 영양상태 등 체질적 특징을 어느 정도 감별할 수 있고 이에 유가족을 찾는데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해발굴감식단에서는 아군유해 600구 정도를 보관하고 있으며 적군의 경우 파주 적국묘지에 보관중이다. 6ㆍ25 한국전쟁 59주년을 눈앞에 둔 감식단 장병들은 현충원을 찾은 유가족만큼이나 비장한 모습이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영령들을 꼭 가족품으로 돌려보내겠다는 각오에 이들은 오늘도 시간과의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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