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프로세서 10여개 동시 시험
자체 우주정거장서 군사 기술 실험도 자유로워
중국이 자체 우주정거장에서 컴퓨터 프로세서 100여개를 동시에 시험했다.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이 우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중국우주기술연구원(CAST) 연구진들이 지난달 중국어 학술지 우주환경공학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게재했다고 밝혔다.
SCMP에 따르면 해당 논문에 CAST 연구진들은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이 현재 100개 이상 컴퓨터 프로세서를 동시에 시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연구진은 28∼16나노(㎚, 10억분의 1m) 공정 범위에 걸쳐 새로운 고성능 반도체 20여개가 이미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다른 나라가 우주에서 사용하는 칩보다 상당히 발전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우주에서 사용하는 칩들은 이미 30년 된 기술을 사용했다. 현존 최고 사양의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에 사용된 RAD750 프로세서는 250나노 구식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중국 연구진은 톈궁에서 시험한 반도체들은 온전히 중국에서 설계 및 제조됐다고 설명했다. 테스트를 진행한 운영체제도 중국이 독자 개발한 '스페이스OS'였다. 연구진은 더 많은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각자의 제품을 우주에서 시험하려들 것으로 내다봤다. 우주정거장을 통한 대규모 시험은 기술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고 연구개발(R&D) 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이 이를 통해 반도체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톈궁보다 크고 유사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지만, ISS에 실리는 모든 적재물 정보를 참여국이 공유해야 한다. 군사 기술 관련 실험도 금지된다. 이 때문에 국가 안보 관련 시험을 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NASA가 지난해가 스페이스X 등 민간 업체에 유인 달 착륙, 화성 탐사 같은 우주 임무용 반도체 설계와 제조를 맡긴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반면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에서 자유롭게 실험할 수 있다.
SCMP는 2045년까지 우주 분야 세계 최강 국가라는 목표를 세운 중국이 더는 NASA가 아니라 스페이스X와 같은 민간 우주기업을 가장 큰 경쟁자로 여긴다고 분석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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