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조용준의 여행만리]첩첩산중 발 아래 두고 삼국유사 써 내려간 그곳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삼국유사가 태어난 시간여행 종착지 군위로 떠나는 여정

경북 군위를 알리는 일등공신으로 자리한 화산마을의 풍경. 해발 800m의 화산마을전망대에 서면 첩첩 이어진 산들과 호수 등 군위 일대의 경관이 장쾌하다.

경북 군위를 알리는 일등공신으로 자리한 화산마을의 풍경. 해발 800m의 화산마을전망대에 서면 첩첩 이어진 산들과 호수 등 군위 일대의 경관이 장쾌하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조용준의 여행만리]첩첩산중 발 아래 두고 삼국유사 써 내려간 그곳 원본보기 아이콘


인각사앞 학소대

인각사앞 학소대

원본보기 아이콘


[조용준의 여행만리]첩첩산중 발 아래 두고 삼국유사 써 내려간 그곳 원본보기 아이콘


화본역의 추억사진과 모자

화본역의 추억사진과 모자

원본보기 아이콘


경주 석굴암의 원조로 불리는 군위삼존석불

경주 석굴암의 원조로 불리는 군위삼존석불

원본보기 아이콘



[조용준의 여행만리]첩첩산중 발 아래 두고 삼국유사 써 내려간 그곳 원본보기 아이콘


영화 리트포레스트 촬영지

영화 리트포레스트 촬영지

원본보기 아이콘



간이역 화본역 인근에 있는 화본국수

간이역 화본역 인근에 있는 화본국수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 기자] 군위를 여행목적지로 금방 떠올리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름난 명소 하나 정도는 생각이 나야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단번에 눈을 확 휘어잡을 만한 것이 없다는 말입니다. 사실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는 낯선 고장일 수도 있습니다. 남쪽으로 대구와 맞닿아 있고 북쪽으로 의성, 동쪽으로 영천, 서쪽으로 구미에 접해 있습니다. 하지만 군위는 잘 몰라도 삼국유사(三國遺事)를 모르는 이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일연스님이 지은 삼국유사의 집필지가 바로 군위에 있는 인각사입니다. 경주 석굴암의 원조로 불리는 삼존석굴과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타고 전망 명소로 인기를 얻고 있는 화산마을도 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으로 손꼽히는 화본역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뿐인가요. 소소한 감동을 선사한 영화 '리틀포레스트'의 촬영지도 있습니다. 여행만리는 조금은 낯설지만 경관도, 역사도, 이야기도 풍부한 군위로 떠나봅니다. 낯선 곳으로의 여정은 그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설레임이 배가될 수 있습니다.


◇삼국유사가 탄생한 군위ㆍ 경주석굴암의 원조 '삼존석불'

군위가 가장 특별하게 여기고 자랑하는건 다름 아닌 일연의 삼국유사다. 일연 스님은 고려 때 국사(國師)에 책봉돼 강화도, 대구, 청도 등에서 불법을 닦다가 일흔여덟 나이에 군위로 내려왔다. 입적하기 직전까지 인각사에 머물며 5년 동안 삼국유사를 썼다.

인각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세워진 고찰이다. 일연 스님은 그곳에서 오래전의 얘기를 책에 기록했다. 자칫 잊힐 뻔했던 과거를 삼국유사가, 아니 일연 스님이 군위에서 살려냈던 것이었다.

인각사 앞에 서면 절 앞으로 위천의 물길이 흐르고 물길 뒤로 거대한 직벽 학소대가 우뚝 솟아있다. 최근 학소대 주변 정비공사로 어수선하지만 바위 절벽의 웅장한 모습은 인상적이다.


인각사에는 일연 스님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 보각국사 탑비가 있다. 명필이었던 중국의 왕희지 글씨만 모아 새긴 것인데, 글씨에 감탄한 당시 선비들이 줄을 서서 탁본을 해갔다고 전한다. 인각사에는 얼굴이 무너진 석불좌상도 있고, 소박한 삼층석탑도 있지만 다른 절집과 달리 일주문이나 담장은 없고 도로변에서 바로 연결된다.


삼국유사와 더불어 현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추천명소는 '삼존석굴'이다. '제2석굴암'이라고도 불리는 삼존석굴은 수직의 천연 암벽 20m 높이에 굴을 만들어 아미타여래 삼존상을 모셨다. 우리나라 석굴사원 중 유일하게 자연암벽으로 이용해 조성된 삼존석굴은 경주 석굴암보다 70여 년 남짓 앞서 석굴암의 원조로 불린다. 석굴 내에는 700년경 조성된 본존불 아미타삼존석굴이 결가부좌한 모습으로 안치돼 있다. 좌우로 대세지보살, 관음보살이 새겨졌다.

◇해발 800m 화산마을, 군위 알린 핫플레이스

사실 군위에서 인각사보다 먼저 찾아야 할곳은 화산마을이다. 군위의 명소 한 곳만 찍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이곳이다. 최근 SNS에서 한창 뜨고 있는 군위의 '핫 플레이스'다.


구불구불한 산길(7.6km)을 따라 한참 올라가면 언덕 위에 빨간 지붕을 얹은 풍차가 나타난다. 화산마을에서도 전망이 좋기로 유명한 '화산산성 전망대'다. 이곳에 서면 첩첩이 이어진 산 능선이 모두 발아래 있다. 굽이굽이 펼쳐진 산줄기와 그 안에 포근하게 안긴 군위호의 풍경이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화산마을은 고랭지밭과 풍력 발전기가 있는 해발 700∼800m 산 위에 위치해 경관이 아름다운 마을이다. 하늘 아래 고랭지밭과 물안개, 꽃, 군위호 등이 어우려져 사시사철 환상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화산전망대를 나와 좀 더 높은곳에 위치한 풍차전망대로 간다. 먼저 바위에 적힌 시 한수가 반긴다. 임진왜란 당시 재상이었던 유성룡 선생이 화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해 지었다는 시다.


'누가 화산에 밭을 일구려 하는가/신선의 근원이 여기서 비롯되었네/여보게, 구름사다리를 빌려주구려/옥정에 가을바람 불면 푸른 연꽃 따리로다.(옥정영원)'


이곳에 마을이 형성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1962년 정부의 산지개간정책에 따라 180여 가구가 집단 이주하면서 생겼다. 외부와 잇는 7.6㎞의 산길은 당시 주민들의 힘으로 어렵게 개척한 통로다.


단정하고 가지런한 고랭지밭의 풍경과 띄엄띄엄 들어선 소박한 집들이 마치 동화 속 풍경 같다. 전망대에 서서 그 풍경을 한참을 내려봤다.


마을 아래쪽에는 화산산성이 있다. 조선 숙종 35년(1709)에 병마절도사 윤숙이 왜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자비를 들여 지은 산성이라고 한다. 당시 높이 4m의 성벽을 200m가량 구축하던 중 심한 흉년 때문에 공사를 중단해 완공되지는 못했다. 지금은 140m가량 성곽이 남아있다.


◇간이역으로 시간여행, 가장 아름다운 화본역

화본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에 뽑힐 정도로 예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살굿빛으로 외벽을 칠한 채 서 있는 화본역은 빛바랜 사진에서 튀어나온 듯한 모습이다. 최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합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옛날 역무원들이 쓰던 모자와 깃발 등 낡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화본역의 옛 모습을 담은 흑백 사진들도 벽을 채우고 있다. 커다란 보따리를 이고 멘 주민들이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진 속 풍경은 이제는 추억 속 한 장면이다.

열차 이용객이 아니더라도 1천원을 내고 입장권을 구입하면 승강장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있다.


화본역의 역사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였던 1936년 완공돼 1938년 보통역으로 출발했다. 시장이 없는 이곳 주민들이 열차를 타고 영천의 장을 오갔으니 생활의 터전과도 같은 역이다.


화본역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역 주변에는 주말이면 줄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맛집들도 생겨났다. 그 중 화본국수는 기다리는것조차 아깝지 않은 맛을 자랑한다. 지역에서 계약재배한 콩으로 만든 콩국수는 그 맛이 진하고 달다. 주인장 부부의 친철한 미소는 맛을 배가 시킨다.


국수 한 그릇 하고 동네 구경도 해보자. 마을 어귀를 지키고 서 있는 300년 된 회화나무를 지나 오래된 정미소와 방앗간, 고인돌, 1930년대 지어진 화본역 관사, 전파상, 시골 다방이 길 따라 이어진다.


화본마을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는 영화 '리틀포레스트' 촬영지가 있다. 리틀 포레스트는 도시생활에 지친 '혜원'(김태리)이 고향 집으로 돌아와 사계절을 보내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에서 계절과 음식은 더없이 매혹적으로 다뤄지는데, 그 배경이 바로 혜원의 집이다. 집은 개방돼 있으면서도 촬영 당시 그대로 잘 관리되고 있다.


군위=글 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여행메모

△가는길=수도권에서 가면 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상주영천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동군위IC에서 영천, 신녕 방면으로 가다 삼국유사교차로에서 화산길로 가면 화산마을 전망대다.


△볼거리=부계면 대율리에 위치한 한밤마을은 집집마다 야트막한 돌담들이 서로 옛이야기를 나누듯 정겹고 고즈넉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마을이다. 지난해 문을 연 삼국유사테마파크는 삼국유사와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다. 옛 산성중학교를 리모델링해 1960년대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한 추억의 학교 '엄마아빠 어렸을 적에'라는 테마박물관도 화본마을에 있다. 40~50년 전 시골 학교 교실을 비롯해 이발소, 사진관, 소리사, 만화방, 문방구, 구멍가게, 연탄가게 등이 재현되어 있다. 이외에도 김수환추기경 생가, 삼국유사 휴게소, 사라온 이야기마을 등이 있다.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슈 PICK

  • 식물원 아닙니다…축하 화분으로 가득 찬 국회 "진짜 선 넘었다" 현충일에 욱일기 내건 아파트 공분 자동차 폭발에 앞유리 '박살'…전국 곳곳 '北 오물 풍선' 폭탄(종합)

    #국내이슈

  • '세계 8000명' 희귀병 앓는 셀린디옹 "목에서 경련 시작되지만…" '세계 최초' 미인 대회에 1500명 도전…심사 기준은 '손과 눈 주변' "비트코인 8월까지 5배 폭등"…'부자 아빠' 저자의 전망

    #해외이슈

  • [포토] 화이팅 외치는 올원루키테니스대회 참가 선수들 [포토] '전우여 평안하시오...' [포토]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현충일

    #포토PICK

  • 기아, 美서 텔루라이드 46만대 리콜…"시트모터 화재 우려" 베일 벗은 지프 전기차…왜고니어S 첫 공개 3년간 팔린 택시 10대 중 3대 전기차…현대차 "전용 플랫폼 효과"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고국 온 백제의 미소, ‘금동관음보살 입상’ [뉴스속 용어]심상찮은 '판의 경계'‥아이슬란드서 또 화산 폭발 [뉴스속 용어]한-UAE 'CEPA' 체결, FTA와 차이점은?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